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 이상 지났다. 이웃나라의 생각하기도 싫은 끔직한 모습에 다들 가슴 아파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는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기회가 온다. 남의 불행을 좋아라 할 수는 없지만 위기가 오면 기회는 있다. 어떤 위기나 변화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
기회를 불러오는 가장 큰 변화는 '경쟁구도가 무너질 때'이다. 기업은 경쟁을 하고, 이에 따라 기술개발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런데 팽팽히 맞서고 있던 경쟁업체가 무너지면 살아남은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지고 단기간 실적에 큰 변화가 생긴다. 이때 피터 린치가 말하는 '10루타 종목'이 나온다.
적절한 사례가 롯데칠성의 경우다. 10년 전 롯데칠성은 반기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반기실적이 당시 1년 전 연간 실적의 2배 정도 좋아졌으니 실로 엄청난 변화였다. 연간으로 환산했을 때 1년 6개월 동안 번 이익으로 이 회사를 통째로 살 만큼 놀라운 실적이었다. 실적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한 경쟁 회사의 부도였다. 그 후 롯데칠성의 주가는 몇 년에 걸쳐서 10배 상승했다.
또 다른 예는 사조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2007년 5월 사조산업은 오양수산(현 사조오양)의 지분을 인수한다. 수산물 시장에서 경쟁하던 두 기업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인수하면서 경쟁사가 없어졌다. 경쟁구도는 깨지고 단기간에 큰 폭의 실적변화가 예상되면서 주가는 요동친다. 거기에 지분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띠면서 주가는 몇 달만에 10배 상승한다.
주가는 실적을 따라간다. 6개월 후 혹은 1년 후의 예상 실적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6개월 후의 꿈을 먹고 산다고 할까. 그 예상 실적을 알기 위해 투자할 회사도 방문하고 사업보고서를 끼고 산다.
그런데 6개월 후 급격한 실적변화가 예상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폭발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적 예측이 불가하니 시세 예측도 불가능할 수밖에.
몇 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의 주가흐름을 보면 자동차 업종의 상승이 눈부시다. 기술력과 선제적인 해외진출 등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주가상승의 일등공신은 그 동안 경쟁관계를 유지해오다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무너져버린 해외 경쟁회사들의 부진이다.
기업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팽팽한 경쟁구도가 유지되는 한 '10루타'는커녕 급격한 실적변화는 힘들다. 그러나 경쟁의 한 축이 무너지면 우리는 시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를 볼 수 있다.
이우현(동부증권DHP 금융자산관리사) Lwh803@gma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