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는 나의 인생입니다.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30년간 다도 인생을 살아온 정정자(58) 씨. 불자인 그녀는 차 공양 봉사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대구 주변 사찰 행사는 물론 각종 예술 전시회 등에 차 시연 및 공양을 하면서 다도 보급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이달 24일에는 영주 수도사에 차 공양을 했어요. 수도사에서 사찰 인근 어르신 500여 명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베풀었거든요. 저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르신들에게 차 공양 봉사를 했어요."
그녀의 수도사 차 공양은 올해로 3년째다. 대접할 차 재료와 다식 등을 준비해야 하고 차 공양을 도와줄 회원들을 모집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그녀는 어르신들에게 성심을 다해 차 공양을 하고 나면 마음이 날아갈 듯 행복하다.
이제 사찰 차 공양은 그녀의 일상이 되었다. 정안법회나 초파일, 백중 등 사찰의 각종 행사에 참여해 사찰을 찾는 대중들에게 정성스레 차를 제공한다. 그녀가 불자로 첫 인연을 맺은 동화사 비루암은 매년 초파일이면 차 공양을 하고 다른 사찰에서도 요청이 있을 때는 차 공양을 한다.
"지리산에 계시는 원응 스님이 2004년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화엄경 금 사경 전시회를 열었어요. 당시 10일 이상 열린 전시회 기간동안 헌공다례하고 매일 관람객에 차 공양을 했어요. 다리는 아팠지만 다도를 보급한다는 마음에 아주 뿌듯했습니다."
그녀는 설봉 스님의 도자기 전시회는 물론 대구 예술인들의 전시회 개막식에도 수시로 차 시연 및 공양 봉사를 한다고 했다. 이달 중순 열린 대구나비곤충체험전에도 시민들에게도 차 제공을 했다.
"결혼 후 일상을 탈피한다는 생각으로 산에 가다 보니 사찰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지금은 입적해 안 계시지만 동화사 비루암의 범용 스님이 나의 인생을 이끌어준 분입니다. 그분에게 처음 차를 배웠고요."
그녀는 그 후 부산에 있는 한국다도협회에서 정식으로 다도를 공부했고, 대구 대명동 한국불교대학에서 다도 강사생활을 3, 4년 하기도 했다.
"전국에 있는 조계종 25교구 본사를 8년에 걸쳐 모두 순회하면서 부처님께 차 공양을 마쳤어요. 저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비움의 미학을 배우고 세상 대중들에게 더 많은 자비를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을 가다듬었죠."
현재 한국다도협회 대경지부장이기도 한 그녀는 대구 수성구에서 조그마한 다실인 수다원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소담한 가정집에 마련된 이 다실은 문턱을 낮춰 세대를 뛰어넘는 세상 사람들의 휴식처처럼 보인다. 회원 100여 명에게 다도의 예법과 명상을 함께 전파하고 있다.
"어르신, 젊은이는 물론 부부, 외국인들도 함께 다도를 배워요. 차와 명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대차도 좁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죠. 가정 갈등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에게도 도움이 되지요."
그녀는 다도를 함으로써 정신적 수양은 물론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정신적 안정을 주기 위해 5년째 다도체험을 무료로 열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 소년소녀가장 및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다도교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면 명상부터 한다. 마음의 고요를 찾고 세속의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틈틈이 화엄경을 독송하고 있다.
"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삶의 무게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잠시 차를 접하는 여유가 필요해요. 자신을 되돌아보는 휴식이 있어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거든요."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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