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석에서] 극단 함께하는 세상 창작극 '천일야화'

딱딱한 교육문제, 풍자와 해학으로 꼬집기

▲창작극
▲창작극'천일야화'는 독특한 형식, 관객과의 소통, 그리고 곳곳에 웃음 코드가 녹아들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극단 함께하는 세상의 창작극인 '천일야화'는 독특한 형식에서 나오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교육문제를 다룬 극이라 다소 무겁고 딱딱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의외로 해학과 풍자가 진하게 우러나왔다. 작가와 연출을 맡은 김재석 교수(경북대)의 고뇌가 묻어나온 작품이다.

이 연극은 마당극 형식으로 일반 연극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관객과의 소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배우들 사이에 대화를 하긴 하지만 배우들이 관객에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묻는 장면이 많다. 일반 연극은 객석 첫째 줄에 앉은 관객을 참여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연극에서는 배우들이 뒷자리에 앉은 관객에게도 불쑥 의견을 묻기도 하는 등 관객이 어느 위치에 앉아 있든 마당극에 참여토록 유도한다. 이 때문에 관람하는 데에만 익숙한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흔한 페이드 인(fade in·무대가 차츰 밝아짐)과 페이드 아웃(fade out·무대가 차츰 어두워짐)이 한 차례뿐이다. 강신욱 대표(극단 함께하는 세상) 등 배우 5명이 무대에 나와 연기를 하면서 수시로 양쪽 가장자리에 앉아 북이나 악기를 치고 추임새를 넣으며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데 관객은 땀을 뻘뻘 흘리는 배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일반 연극과 비교하면 배우들의 수고가 많은 것이다.

공연은 모두 다섯 마당으로 이뤄지는데 시작 부분에 천일야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부터 시작된다. 관객의 공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방법 같다. 첫째 마당에서는 배우들이 탈을 쓰고 과거로 돌아가 성골이니 진골이니 하면서 동문을 중시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 학벌 문제를 풍자한다.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과 우스꽝스러운 탈 모습에 관객들은 절로 웃는다. 셋째 마당은 판소리로 이야기를 풀면서 배우들의 상황을 연기한다. 한 배우가 팝송을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심각하게 연기하던 다른 배우들이 갑자기 코러스 역할을 하면서 관객들이 배를 잡게 한다. 다섯째 마당에서 배우들이 마치 꼭두각시처럼 연기하는 모습도 새로우면서도 희화적이다. 곳곳에 웃음 코드가 들어가 있지만 교육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빼놓지 않는다.

조명이 무대에만 집중돼 객석이 깜깜해지는 일반 연극과 달리 공연 내내 객석이 밝아 초반에는 극 몰입이 잘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극의 재미에 빠져들어 1시간 30분이 지루하지 않다. 극단 함께하는 세상의 창작극'천일야화'는 5월 1일까지(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4·8시, 일 오후 4시) 씨어터 우전(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공연된다. 053)625-8251.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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