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맛'에 취한 4월의 '雪國'

'리틀 후지산' 日 돗토리현 다이센'히루젠 트레킹

'4월의 설국'이었다. 일본 주고쿠지방(中國地方)의 최고봉인 다이센(大山'1,729m)은 아직도 정상 능선 봉우리에서부터 수백m의 눈기둥이 용암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초가을부터 쌓이는 눈은 다음해 5월 말이나 6월이 되어야 녹는다고 한다. 북쪽과 남쪽 사면이 험악한 단애절벽으로 이루어진 다이센은 후지산과 형태가 너무나 닮아서 호키의 후지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동화 속 그림 같은 설경을 자랑하는 돗토리현에 위치한 다이센을 찾아 '겨울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일본 3대 명산에 뽑힌 다이센

후지산'북알프스의 야리가다케에 이어 일본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명산 베스트 3'에 선정된 다이센은 오랜 옛날부터 신성한 산으로 숭배되어 산악불교의 수행장으로 명성을 날렸다. 다이센 등산로의 출발점인 대산사 주차장까지 가는 길 양쪽에도 높이 1~4m 높이의 눈 무더기가 수북이 쌓여 있다. 겨우내 내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고 쓰러진 나무들도 곳곳에 보인다.

해발 780m에 자리한 등산로 초입 오른쪽으로 1552년에 건립된 아미타당이 있다. 당 앞에 거대한 삼나무 두 그루가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이 가운데 들어가 양팔을 뻗어야 닿을 수 있다.

1합목(합목이란 출발지부터 정상까지를 10등분해 고도에 따라 위치를 정해 놓은 것을 말한다)부터 온통 눈이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차고 힘찬 출발을 한다. 오르막 계단이 나타나며 경사가 급해진다. 눈질도 미끄러워 아이젠도 헛발질하기 일쑤다. 전국에서 온 산행대장들이지만 된비알(몹시 험한 비탈)에 거친 숨을 몰아쉰다. 앞서가던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다. 발밑으로 눈이 무너져내리면서 머리까지 쑥 들어가 버린 것이다. 우리들은 "와! 크레바스에 빠졌다"고 놀려준다. 번갈아가며 허벅지까지 빠지기는 예사다. 그때마다 서로 어린애처럼 깔깔 웃으며 때 아닌 심설 산행을 즐긴다.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6합목대피소에서 도시락을 꺼내 드는데 한순간 안개가 걷히며 감추어진 세상이 속살을 드러낸다. 모두들 먹는 것은 둘째 치고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마침 겨울산행 훈련을 온 수백 명의 일본 고교 산악부원들도 비경에 환호성을 지른다.

촉박한 시간을 원망하며 정상 등정을 포기하고 아쉽게 하산을 서두른다. 5합목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곧바로 계곡길을 지나 대산사로 내려올 수 있다. 718년에 지어진 대산사는 일본의 신도와 불교가 융합되어 오랜 세월 번영을 누려온 사찰이다. 울창한 삼나무 숲길과 일본에서 가장 긴 자연석 돌길로 유명하다. 10여 분 올라가면 대신산 신사(大神山 神社) 앞인데 한 모금 마시면 100년이 젊어진다는 어신수(御神水)가 인기다. 신사 좌측엔 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대머리를 막아준다는 목각의 어신마(御神馬)가 있다.

◆3개의 연봉으로 이루어진 히루젠

다이센과 산줄기로 이어지는 히루젠(蒜山)은 최고봉인 가미히루젠(1,202m) 중봉인 나카히루젠(1,122m) 하봉인 시모히루젠(1,100m)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인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들머리인 삼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여기도 곳곳에 가지와 줄기가 부러진 삼나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갑자기 뱀이 그려진 '뱀 주의'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나타나 살짝 긴장하게 만든다. 얼마나 뱀이 많기에 주의 표지판까지 있을까 생각하니 여름이 아닌 계절에 히루젠 등산을 하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삼나무 숲을 벗어나자 산길은 바로 비탈길을 쳐올린다. 때마침 비까지 내려 저마다 비옷을 꺼내입고 배낭커버를 씌우고 다시 산행에 나선다. 등산로 옆 비탈에는 녹지 않은 눈이 수북하다. 행여 눈을 잘못 밟아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질까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는다.

다이센과 마찬가지로 히루젠도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표지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의 산을 보호하려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초행길에 현지 가이드가 없다면 길 찾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등산로에도 튀어나온 나뭇가지가 너무 많아 시도 때도 없이 머리와 허리를 숙이고 오리걸음을 하려니 짜증이 난다.

비바람을 뚫고 가미히루젠 정상에 올랐지만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곧바로 급경사길을 10여 분 내려가 나카히루젠 바로 옆의 무인대피소에서 점심을 먹는다. 20, 30명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바로 하산해 히루젠 휴가촌 호텔에 도착해 온천욕으로 피로를 푼다. 피부에 좋은 라돈이 풍부하게 함유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창밖으로 펼쳐진 히루젠 연봉들을 바라보니 조금 전의 고생이 꿈처럼 아득하다.

##과자의 성'요괴거리 이국적 풍경

▶가는 길=동해항에서 목요일 오후 6시 출항하는 1만3천t급 DBS크루즈훼리를 타면 사카이미나토항에 다음날 오전 8시 도착한다. 귀국은 토요일 오후 7시 사카이미나토항을 떠나, 일요일 오전 9시 동해항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구 동부정류장에서 동해터미널까지 시외버스로 5시간 걸린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800㎞ 떨어져 방사능 노출 걱정 없이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볼거리=시간이 나면 중세 영주성을 본떠 지은 '과자의 성'에 들러보자. 이쑤시개 하나만 들면 코너를 돌면서 갖가지 모양의 떡을 마음껏 시식하고 선물을 살 수 있다. 5층 전망대에선 시가지와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항구에서 멀지 않은 사카이미나토역 앞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괴거리가 있다. 돗토리현이 배출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에 등장하는 귀여운 요괴들과 120개 이상의 요괴 캐릭터 동상이 800m 거리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할인점 같은 대형 점포에서도 신용카드를 안 받아주니 미리 넉넉하게 환전해 가는 것이 편하다.

박헌환기자

##가볼만한 답사'트레킹'체험

유형 여행 제목 일자 주최 및 연락처 (053)

테마 및 답사 마이산 벚꽃 & 무주 구천동 계곡 5월 1일 당일코스 대구여행촌 652-0779

서울 북촌 한옥마을 & 인사동 30일 당일코스 위크 투어 070-7635-2362

고창 청보리밭 & 변산반도 채석강 30일 당일코스 대구여행자클럽 427-1144

트레킹 슬로우 라이프, 청산도 기행 30일~1일 무박 2일 대구답사마당 604-1835

개신사 격벚꽃 & 해미읍성 1일 당일코스 산정드림투어 256-0786

맛과 체험 에버랜드 튤립축제 1일 당일코스 진짜 재미있는 여행 1544-0922

정선 5일장 기차여행 7일 당일코스 우방관광여행사 424-4000

글'사진 박헌환기자 koyozom@msnet.co.kr

협찬'산이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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