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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없는 땅으로 오세요"…"일본기업, 환영합니다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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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3'11 대지진과 방사능 누출에 떨고 있는 일본 기업 유치에 돌입했다. 이달 21일 대구를 방문한 일본 비즈니스컨설팅 2개사가 둘러본 테크노폴리스 및 성서5차산업단지. 매일신문 자료사진

아시아 전역에 일본 기업 유치 전쟁이 불붙고 있다. 3'11 대지진 사태와 방사성 물질 누출에 비상이 걸린 일본 기업들이 생산기지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일본 부품 소재 기업 유치에 공을 들여온 '대한민국 대구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시는 일본 기업 유치 전략 수립에 돌입, 다음달중 일본 기업 설명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대구는 세금, 임금 측면에서 유리한 싱가포르, 중국 등지의 공세를 이겨내야 하고, 물류 측면에서 대구보다 한발 앞선 국내 지자체들과 또 경쟁해야 한다.

대구는 일본 기업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구, 일본 기업 유치 시동

18일 일본 지지(時事)통신은 "한국 정부가 3'11 대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일본 기업 공장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에 비공식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리 정부가 부품 소재 산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일본 기업 유치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잦은 지진으로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일본 IT 및 정밀기계기업 등이 해외로 이전할 경우 아시아 타 국가보다 한국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가 최고 레벨인 7등급으로 격상되면서 일본 기업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도쿄사무소를 오사카 등 남쪽으로 옮겨 사태를 지켜보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타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이달 4일부터 일본 기업 유치 전략 수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학계, 경제연구소, 일본수출 기업체 등 8명의 일본 전문가를 초청해 일본 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을 분석했다. 시는 이날 전략 분석을 통해 일본기업 연고가 있는 지역 인사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과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격적 투자유치 활동을 전개한다는 목표다.

초반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21일 일본 비즈니스컨설팅 2개사가 직접 대구시를 방문해 현지 투자 유치 의사를 타진했다. 중국 등지의 노사 환경이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분규가 적은 대구 인력을 선호하는 일본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사들은 테크노폴리스, 성서5차산업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등 일본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산업용지를 둘러본 뒤 일본 현지에서 기업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시는 26일 일본 우수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산업별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홍종윤 대구상공회의소 국제통상위원장과 자동차부품, 안경산업, 소프트웨어개발사업, 기계금속, 섬유산업, 금형공업 등 지역 주력산업 협회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는 또 5월 중 경제통상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투자유치 일본기업 방문단을 구성해 파견한다. 안국중 경제통상국장은 "21일 방문한 컨설팅회사 주최로 대구 기업 환경을 알리는 기업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내 일본 기업 전용 단지 조성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 유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대구시가 공격적 일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유치까지 악전고투가 불가피하다. 아시아 각국과 국내 영남권 지자체들과 이중경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

일본 기업들이 생각하는 이전 후보지는 한국과 함께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지가 빅5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 '비용' 측면에서 경쟁 국가들에 불리하다. 싱가포르는 외국기업 세율을 0~10%로 유지하는 국가로 유명하고, 중국은 임금이 가장 싸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점으로 지리적 거리, 저렴한 전기료를 꼽고 있다. 한국 특히 동해안 지역은 일본과 가장 가깝고, 일본에 비해 20, 30% 싼 전기료가 현지 기업들에 매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대구시의 경우 경쟁 지자체들을 또 넘어서야 한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부산이다. 이미 부산은 다음달 중 일본 모 벤처협회와 투자유치 MOU(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며, 강서구 미음공단(외국인투자지역) 유치를 목표로 상당수의 반도체'IT기업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최대 자동차그룹인 GM을 비롯한 IT(정보기술)분야, 반도체분야 등 일본에 부품 생산기지를 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과 일본기업들을 이전 우선 대상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기업이전 보조금과 정착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시 조례 제정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는 계획.

이에 대해 김종한 투자유치단장은 "부산'울산'경남, 구미'포항에 비해 대구가 앞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일본 기업 입장에서 대구는 우수 인력을 싼값에 채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정주 여건과 부품소재 기반 산업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대구 역시 시 조례 제정이나 일본 기업들에 대한 특별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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