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맹이' 없는 말잔치, 신공항 무산민심 허탈

임태희 대통령실장, 대구경북 기자간담회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6일 동남권 신국제공항 대안으로 "대구공항의 물류기능을 강화해 물류공항 거점화 육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관계기사 6면

임 실장은 이날 대구경북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 이후 악화된 대구경북지역 민심을 우려하면서 ▷대구공항 활용방안 ▷대구국가산업공단 활성화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원 등의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구공항 활성화방안은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국토해양부 등이 언급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대구경북 경제활성화에 대해 아직 특별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 실장은 대구경북이 총력을 쏟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구공항의 물류공항 강화방안과 관련, 임 실장은 국방부의 '차세대 전투기사업'(FX사업)을 거론하면서 "퇴출되는 구형 전투기가 배치돼 있는 군사공항인 대구공항에 배치된 전투기를 옮기는 등의 공군력 재배치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실장의 K2 이전방안은 국방부 및 공군 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은 '아이디어'차원 발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항공 및 교통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물류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항공기가 뜰 수 있도록 활주로 길이와 규모를 늘려야 하지만 확장 여유 공간이 없고 특히 군사공항인 K2이전을 해야 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 또 항공물류 특성상 24시간 비행이 가능해야 하지만 군용비행기 운용이 중심인 대구공항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박광길 통합신공항 추진단장은 "대구공항의 경우 군사공항이라서 물류항공기가 제때 들어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설령 K2를 이전하더라도 20년 이상 소요되고 물류공항 역할을 강화하더라도 국가에서 항공사에 압력을 넣어 노선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대구경북과 부산이 각각 밀양과 가덕도를 고집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제대로 된 제2국제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밀양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웠다"며 김해 김씨 문중 산을 깎아야하는 등의 문제를 제시했다.

그는 또 "대통령께서도 대구경북이 한 세대 이상 먹고살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부품산업을 대구 국가공단 등으로 유치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10년내에 남북관계가 급변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남북관계 변화를 염두에 둔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까지는 김해공항이 영남권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제대로 된 제2공항은 그때 이후 입지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타당성을 주장,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내비쳤다.

서명수기자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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