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 학생부 조작 대구에도 있었다?

수시대비 비교과 수정 6개 학교 10여건 적발

서울 특목고에서 최근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조작 파문이 불거진 가운데 대구에서도 일부 고교에서 규정에 어긋난 학생부 수정 사례가 적발됐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지침에 따라 이달 11일부터 대구 6개 고교에 대한 학생부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10여 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부는 원칙적으로 당해연도 외에 수정을 금지하고 있으며, 정정이 불가피한 경우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학교 측이 자의적으로 수정한 경우"라며 "이번 주 중 감사를 마무리지은 뒤 감사 확대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는 학생부 상의 '진로', '봉사활동', '종합의견란' 등 비교과 영역에서 일부 내용이 규정을 위반해 정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A고의 경우 종합의견란에 이전 학년까지 없던 내용을 추가했다 적발됐다. 부사관학과 진학을 희망한 3학년 학생의 학생부에 '리더십이 있고 남자답다'는 내용을 새로 적은 것. B고 경우는 1학년 때 장래 희망이 직업군인이라고 적은 한 3학년생이 의대를 희망하자, 학생부에 '의대를 지망한다'고 수정했다.

이처럼 학생부의 중요성과 수정문제가 부각된 것은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를 100% 반영하는 학교 비율이 2011학년도 84개교에서 91개교로 늘어났고, 학생부가 중요 자료로 활용되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비중이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고교 교사는 "아이 인생이 걸렸다며 끈질기게 매달리는 부모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며 "성적 순위를 조작하는 것도 아니니 교사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지각, 결석이 많아 종합의견란에 '학교 규칙 준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적은 것을 삭제해달라고 애원하는 부모도 있었다"며 "정정, 추가할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요청하는 등 평소에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입시를 눈앞에 두고서야 과거 기록까지 모두 손봐달라니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경북대 유기영 입학관리본부장은 학생부 비교과 영역의 내용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교사나 학부모가 노파심에서 학생부에 손을 대고 싶어 하지만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학생부 비교과 영역 내용이 아니라 심층 면접"이라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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