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패 조직으로 전락한 금융감독원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 1천억 원이 넘는 예금이 인출된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이 직무 유기를 넘어 영업정지 정보의 사전 유출과 예금 불법 인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까지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영업정지 전 대량의 예금이 인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예금자들이 입수한 결과이며 부산저축은행에서 금감원 감독관이 3명이나 파견되어 있었는데도 예금 인출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금감원은 범죄 집단이나 다름없다.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 감독권을 사익(私益)에 종속시킨 것이 범죄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영업정지 전 예금 인출 사태와 관련해 납득할 수 없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금감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금감원 직원들의 잇따른 부패 행위를 보면 과연 이런 조직에 금융 감독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맡겨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저축은행에 불법 대출을 알선하거나 기업의 편법 유상증자에 편의를 봐주거나 영업정지당한 저축은행으로부터 정기 검사 무마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 등으로 최근에만 전'현직 직원 5명이 구속됐다. 과거에도 금융 비리에는 금감원 직원의 개입이 비일비재했다.

저축은행 부실에서도 드러났듯이 금감원의 감독 능력은 수준 이하다. 그런데다 썩기까지 했다. 국민 사이에서 과연 이런 조직을 존속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종기는 살이 되지 못하는 법이다. 조직이 더 문드러지기 전에 개혁의 메스를 들어야 한다. 바로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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