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북 대화 재개, 상호 존중 전제돼야

남북 대화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전직 국가 수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 회원들이 26일 북한에 도착했고 중국의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 대표가 같은 날 한국에 왔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이며 우다웨이 대표는 우리 측 위성락 6자회담 대표와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우리 측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는 방북 전 중국의 베이징에서 외부 지원이 끊긴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천안함 폭침 등 원인은 언급하지 않고 우리 정부의 책임인 것처럼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의 행보에 대해 "북한이 굳이 제3자를 통해 우리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비판한 것은 그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한반도 문제 당사국 간에 공감이 모아진 해법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 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의 3단계 재개론이며 남북 대화의 채널도 열려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 등에 대해 성의를 보이지 않은 채 카터 전 대통령을 메신저로 활용하려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 달가울 수 없다. 인권과 평화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은 이런 점을 헤아려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북한이 햇볕 정책을 펼친 이전 정부들과 달리 강경한 입장의 현 정부와 대화하려면 일방적인 주장을 버리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 단계에서 남북 대화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북의 유감 표명이 있어야 가능하다. 북이 진정성을 보여야 남의 유연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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