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塞翁之馬

새옹지마는 화(禍)가 복(福)이 되기도 하고 복이 화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새옹지마의 반전은 살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실감하게 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마는 일들이 이어지고 그런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행복과 불행은 따로가 아니라고도 말한다. 개인의 삶뿐 아니다. 기업과 사회 국가의 일도 새옹지마로 해석할 상황이 적잖다. 그래서 작은 불행과 화를 당할 때면 사람들은 모두 작은 불행을 계기로 큰 화를 막아야 한다고 나선다.

새옹지마의 교훈은 정치의 세계에서도 어김이 없다. 오늘 웃는 이가 내일 울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의 몰락은 세상 사람들이 '잘나간다'고 여길 때 닥쳐왔고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던 이가 박수를 받으며 솟구쳐 오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마했지만 곧바로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재보선 결과가 오늘 밤이면 드러난다. 이번 재보선은 여야의 공천 과정에서부터 시끄러웠다. 다행히 선거운동의 첫 출발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당을 앞세운 요란한 운동이 되레 불리할 수 있다며 '나 홀로' 운동을 하겠다는 후보도 있었다. 그러나 막판 들면서 이번 선거도 과열로 치달았다. 불법과 고소 고발에 막말까지 나올 것은 다 나왔다.

선거의 비열한 속성은 남보다 자기가 더 잘났다며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는 데 있다. 당선의 지상 과제 앞에서 겸양의 덕담 따위는 세상 물정 모르는 한가한 소리일 뿐이다. 당선만이 목표인 까닭에 선거 이후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어진다. 재보선 선거운동 초기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차라리 이번에 완패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의 패배로 당이 환골탈태해야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런 자성의 분위기는 선거 막판 온데간데없어졌다. 일단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논리만이 앞섰다. 재보선은 지난 선거의 불탈법에서 비롯됐다. 법을 어기고 잘못된 방법을 사용한 결과로 다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구태의연한 불탈법 선거는 재연됐다. 오늘 밤 당선되는 후보는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어떤 슬픔과 고통이 숨어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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