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발자국이 낱낱이…" 스마트폰 위치정보 '불쾌'

노출 정보 악용 가능성…느슨한 사업자 규제 강화해야

"평일에 골프장 갈 때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간다." "업무시간에 사적인 만남을 가질 때는 스마트폰을 사무실에 두고 간다."

모바일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등에 의한 위치정보 유출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 강모(38) 씨는 요즘 업무시간 외에는 스마트폰을 두고 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항상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애지중지하던 스마트폰이 자신도 모르게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

강 씨가 최신 가요를 무료로 듣기 위해 다운받았던 무료 애플리케이션(앱)은 그가 있는 장소와 시간대를 파악해 상황에 맞게 술집이나 대리운전, 음식점 광고 등을 띄웠다. 실시간 위치정보가 광고대행업체에 흘러들어간 탓이다. 강씨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군가 늘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며 "노출된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고 했다.

스마트폰 등에 의한 위치정보 유출은 국내외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애플사 아이폰의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한 광고대행사가 27일 스마트폰 사용자 80만 명의 정보를 확보해 이동위치별로 영업에 활용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위치가 무차별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GPS값과 단말기 고유번호(MAC주소), 스마트폰에 축적된 전화번호와 와이파이(WiFi) 및 기지국 사용 시간 등의 정보를 종합하면 사용자의 신원과 이동경로까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원 이수진(28'여) 씨는 "스마트폰 위치정보 유출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원하는 정보를 편하게 얻을 수 있는 만큼 개인 정보도 쉽게 빠져나가는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이같이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될 경우 상업적 의도뿐만 아니라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이 무료로 제공하는 지도에 GPS 좌표를 조회하면, 누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 1m 오차 범위 내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80만 건에 이르는 위치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3개 중 2개 업체는 서버에 방화벽조차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준우(29) 씨는 "위치가 노출되면 행동패턴이 드러나게 되는데 집이나 사무실이 비어있는 시간대도 누군가 알게 되는 것이고, 절도 같은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통신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앱의 위치정보 사용 동의 방식을 바꾸고, 위치정보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위치정보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단말기에 관련 정보가 저장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재 각각 신고제와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위치정보서비스사업자와 위치정보사업자에 대한 규제 요건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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