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기호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입맛은 대부분 비슷하다. 특별히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입에서 살살 녹는 숯불갈비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퇴근길 배가 출출할 때 길거리 갈빗집에서 풍겨 나오는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는 식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촉매제다. 하지만, 요즘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생각할 때 한우를 실컷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음식문화기업체인 동원F&B 대구영업부 직원들은 이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다. 대구영업부 대구유통지점 전현석(37) 지점장은 "우리는 회식 때마다 늘 소갈빗살 파티를 한다"고 자랑한다. 그 비결은? '갈비 일번지' 성서점이 해결사 역할을 한다.
동원F&B 직원들의 단골집 '이원상 갈비 일번지' 성서점은 달서구 이곡동 세인트웨스튼호텔 뒤 혜성병원 맞은편에 있다. 식당으로 들어가기 전, 창문에 쓰인 '소갈빗살 1인분 3천900원'이라는 글귀가 눈에 번쩍 뜨인다. '삼겹살보다 싼 가격에 소갈비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발동한다.
넓은 식당 안의 한복판에서 갈빗살을 직접 손질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는 이원상(47) 대표는 "미국산 갈비입니다. 등급이 좋아서 정말 맛있을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에 궁금증을 표시하자 "우리 집은 제일 질이 좋은 수입 쇠고기를 최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100g에 3천900원이라 배부르게 실컷 먹어도 1만~2만원대면 해결된다는 것. 설명을 듣기보다는 일단 갈비 맛을 보는 게 순서. 숯불과 함께 갈빗살이 등장했다. 붉은색에 마블링이 골고루 퍼져 있는 모양이 좋아 보인다. 비전문가인 우리 눈에는 한우와 전혀 구별이 안 된다. 불판 위에 고기를 얹자 곧바로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동원 F&B 김우열(41) 부장은 "이 집은 단체 회식장소로는 최고"라며 "직원들 회식 때 다른 곳의 절반 수준 비용으로 갈비로 포식(?)할 수 있다"며 "우리는 언제나 이곳에서 마음 놓고 즐긴다"고 자랑한다.
와인 한잔으로 분위기를 잡던 직원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고기가 익어가자 일제히 말문을 닫고 본격적으로 고기 맛을 보기 시작한다. 고경주(40) 팀장은 "쇠고기는 살짝 익었을 때 먹어야지 너무 익히면 육즙이 빠져 맛이 없어진다"며 권한다.
적당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참기름 소금장에 살짝 찍어 맛보니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갈비 특유의 느낌이 입안에 확 퍼진다. 질깃하게 씹히는 맛과 고소한 육즙은 한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우를 먹을 때는 늘 가격 때문에 망설여졌는데 '오늘은 실컷 먹어도 별 부담이 없겠다'는 생각에 입안이 황홀해진다.
이 대표는 "적당하게 익은 갈빗살을 무 슬라이스에다 싸 먹으면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며 맛있게 먹는 법을 설명해 준다.
김애경(31) 대리는 "생갈비도 맛있지만, 육질이 더 부드러운 양념갈비는 더 맛있다"며 "이 집 특유의 백김치에 싸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말한다. 황재묵(30) 주임은 "이 집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실 요즘 이런 곳 있나요" 하면서 "오랫동안 자취생활 하면서 먹는 게 부실했는데 눈치 보지 않고 늘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주우찬(31)'배용승(31) 주임은 "회식 때는 물론 점심시간에도 가격 부담이 없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한다.
점심 특선도 좋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1인당 1만1천800원이면 돼지고기 왕갈비를 '무한공급' 해준다. 전현석 유통지점장은 "고기를 제대로 먹으려면 꼭 값비싼 한우를 고집하기보다는 수입 쇠고기를 즐길 줄 아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기류는 소갈빗살(100g) 3천900원, 특 소갈빗살(생'양념) 4천900원, 명품 돼지갈비 6천원, 왕갈비 5천원, 생삼겹살 7천원. 오리훈제 3만원. 식사류는 궁중갈비찜 6천원, 해물된장 5천원, 누룽지탕 냉면 소면 등은 각 3천원이다. 예약은 053)591-9066.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추천 메뉴-갈비탕
요즘에는 잔칫집마다 모두 뷔페로 대신하지만, 갈비탕은 '결혼식 피로연의 단골메뉴'였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결혼식을 다녀온 후 "뷔페는 종류만 많지 제대로 먹을 게 없어"라며 "뷔페 음식 대신 국물맛이 시원한 갈비탕 한 그릇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한다. 갈비탕은 뼈에 붙은 고기를 쏙쏙 뜯어 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갈비 일번지의 갈비탕은 이원상 사장이 마음먹고 만든다.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긴 갈비탕 위에 노란 계란 고명이 멋을 낸다. 뜨끈한 국물을 훌훌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면서 기운이 펄펄 솟는 느낌이다. 이 사장은 "내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만든다"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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