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길끄는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달서구 월성1동 '하늘채도서관'

1만권 장서 빼곡…아이들 책 읽는 재미에 '푹~'

아파트 공동시설로 입주민들이 직접 세운 도서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월성1동 코오롱아파트의 '하늘채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이 도서관은 아파트 '도서관 봉사회' 소속 70여 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단지 내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게 특징이다. 도서관이 주민 상호 간의 커뮤니티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27일 오후 132㎡ 규모의 도서관에는 자원봉사 주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인 도서 대출·반납은 물론 도서 분류 목록표를 보며 새로 구입한 책들을 책장에 꽂느라 바빴다.

그 옆에는 초등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도서관 입구는 아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이곳은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오는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

지기석(대구 신월초교 3년) 군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빨리 오고 싶다. 친구와 같이 책을 보는 재미에 빠져 같은 반 아이들까지 데리고 온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2007년 3월 문을 열었다.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개관한 도서관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부 봉사자들은 개관 준비를 위해 대구의 공공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도서 분류법을 배운 덕분에 1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깔끔하게 분류했다.

노현숙(27·여) 봉사회원은 "일일이 책에 번호표를 붙이고 바코드 작업을 하면 큰 도서관 못지않은 느낌에 자부심이 든다"며 "아이들과 함께 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자랑했다.

이곳 회원들은 시간표를 짜놓고 독서봉사를 하는데 한 달에 1, 2번 꼴로 맡은 바 임무를 성심껏 수행한다. 정해분(40·여) 봉사회원은 "자원봉사이지만 내 일처럼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다"며 "단지 내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돌봐 준다는 생각뿐 아니라 학부모 사이의 교육 정보 교환 등에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는 1만 권의 장서가 비치돼 있다. 이렇게 도서가 많은 것은 각종 공동시설 운영 수입이나 알뜰장터 운영, 파지 등 판매 대금을 모두 도서 구입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달서구 최우수도서관 선정 등 각종 수상으로 받은 상금도 전액 도서 구입에 투자하고 입주민 스스로 책을 기증하기도 한다.

독서뿐 아니라 주말마다 열리는 논술, 과학, 영어 등 테마 수업에도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도서관 옆 입주민문화카페에선 외부 강사 초청의 각종 문화강좌나 시 낭송회도 열고 있다. 영화관에서는 한 달에 2편 정도 어린이용 영화도 상영한다.

하늘채도서관 백지영(43·여) 봉사회장은 "주민들 스스로 만든 도서관이 이처럼 호응이 좋을지 몰랐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도서관 교류와 테마 수업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늘채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이 도서관을 배우려는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달서구청에서도 도서 교류, 대출 전산망 통합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법상 신규 아파트의 경우 의무적으로 단지 내에 장서 1천 권 이상의 도서관을 운영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공을 거둔 적이 없는 실정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운영하는 미니 도서관은 대구에 10여 개 정도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드물다.

박요한 관리소장은 "하늘채도서관이 잘 되는 이유는 유급직원을 두지 않고 학부모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며 "봉사자들의 땀과 열정이 있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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