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천년 만에 부활한 고려시대 어가행렬·연회

'밀레니엄 팔관회' 내달 7, 8일 두류공원서 재현

팔관회 연회에서 펼쳐질 정재무.
팔관회 연회에서 펼쳐질 정재무.

고려인들의 화려한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축제가 1천 년 만에 대구에서 부활한다. 고려시대 최대 국가 행사였던 '팔관회'가 5월 6일부터 사흘간 두류공원에서 재현되는 것. 이번 행사는 올해가 고려 초조대장경 발원 1천 년을 맞는 해인데다 대구방문의 해이자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을 기념하기 위해 국제 행사 성격으로 열린다. 특히 '고려사' 등 고증자료에 근거해 행사 전 과정이 복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 밀레니엄 팔관회'라 이름 붙여진 이번 행사에 대해 알아봤다.

◆팔관회는 어떤 행사

팔관회는 고려시대 국가 의례로 왕이 직접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였다. 지금으로 치면 문화 엑스코인 셈이다. 당시 팔관회는 도읍지 개경(11월), 부도(副都) 서경(12월)에서 잇따라 열렸다. '팔관회'라는 이름은 불교의식인 팔관재계(八關齋戒)에서 나온 것이지만 불교 색채가 강한 같은 시대의 연등회와는 구별된다. 팔관회를 불교 행사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 이번 행사를 기획한 대경문화산업연구소 한전기 소장은 "팔관회는 한마디로 왕이 참여하는 국가의례이자 신하와 지방 수령, 외국상인 등 모든 이들이 왕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행사였고 왕은 그들에게 당시 최고의 공연물들을 보여주는 축제였다"고 말했다. 당시 송나라와 일본, 거란, 몽골, 티베트, 인도, 서역까지 다양한 외국 상인들이 팔관회에 참석해 진상품을 왕에게 바치고 무역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팔관회의 주 목적은 왕권 강화였으며 국가 위신과 국력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것이었다.

한 소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팔관회를 대구를 대표하는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팔관회가 열린 지역이 지금 북한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적 연고를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대구는 초조대장경과 신숭겸 사당 등 고려와 관련한 역사 유적이 적잖아서 지역 연고를 내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화려한 볼거리와 역사성을 자랑하는 팔관회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어떻게 재현되나

이번 재현행사는 각각 7, 8일 오후 6시부터 3시간가량 두류공원에서 펼쳐진다. 크게 임금이 출궁하는 어가 행렬과 조하의례, 백희 공연 연회로 꾸며지며 참가 인원은 250여 명이다.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주차장에서 임금과 내관, 근위장수 등 당시 고려 의상을 입은 수십 명의 배우들이 공원 내부 도로를 통해 1.3㎞가량을 행진하고 의봉루(행사장)가 설치된 코오롱 야외음악당에 도착한다. 의봉루에서 신하들과 외국 상인 분장을 한 배우들이 차례로 임금에게 예를 올리면 임금은 술을 하사하고 음식을 나눠준다. 이후 처용무와 수연장, 오양선, 포구락 등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진다. 행렬 행사는 1시간, 공연은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행사 내내 세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해설이 별도로 이뤄진다.

재현 팔관회는 최대한 고려시대의 팔관회를 복원했지만 다른 점도 있다. 무엇보다 차이가 나는 것은 규모. 예산 4억원이 들어간 이번 재현 행사는 고려 팔관회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 소장은 "고려 때 팔관회는 500m 거리를 3천여 명이 늘어섰고 행사장에는 1만 명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임금이 행사장에 오면 지신밟기와 땅을 신성하게 만드는 굿판도 벌어졌으나 이번 행사에서는 빠졌다. 한 소장은 "다소 아쉬운 점도 있지만 기존에 잘 보지 못한 화려한 볼거리는 충분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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