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루라기 정치 끝내자…" "제2의 6·29 선언 해야…"

한나라 갈등 폭발…최고위원끼리 책임공방 高聲 오가

한나라당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재보선 참패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억눌려져 있던 소장파와 중진의원 간, 계파 간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모양새다. 29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는 당정청의 전면 개편, 쇄신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선거 다음날인 28일도 한나라당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중진과 소장파를 가리지 않고 여권 전체의 근원적 개혁을 요구했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정몽준 전 대표는 '선출 당직-대선주자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 개정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와 같은 관리형 지도체제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당의 미래를 이끌 리더들이 전면에 나서서 당을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한 발언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행보 보폭을 넓히려는 복안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선출직 당직자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한 당헌·당규를 바꾸자는 정 전 대표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 전 대표의 이런 주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개인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란 글을 올려 여권 전체를 비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나온 이야기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았다. 그는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 양 호가호위(狐假虎威)해도 제어가 안 되고, 대통령 권위와 체면이 구겨지고 있어도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2인자를 이재오 특임장관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어 "레임덕은 오늘부터 시작됐다.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텃밭' 경기 분당에서의 패배를 남의 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도권 출신 소장파 의원들의 주장은 더 격했다. 김성식 의원은 "청와대가 호루라기를 불면 당이 그대로 따라 하던 호루라기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권영진 의원은 "청와대가 주장해온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40~50%가 재보선을 통해 허구라는 게 밝혀졌다. 한나라당은 이제 죽었다"고 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이 제2의 6·29 선언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130여 명이 모인 의원총회에서도 쇄신 발언은 분출했다. 남경필 의원은 "40대까지도 한나라당 지지층이 옅어진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고, 이윤성 의원은 "청와대 참모들이 너무 소통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조전혁 의원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언급하며 "여권의 신뢰를 갉아먹는 독단적인 발언을 한 곽 위원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들 간 비공개 티타임에서도 원내대표 경선 연기 문제 등을 놓고 고성이 오갔다. 안상수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을 예정대로 하고 그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하자. 비대위 구성 권한은 나에게 위임해 달라"고 하자 정두언·서병수·나경원 의원 등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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