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생은 없다. 살다 보면 누구나 몇 번의 실패는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직장생활이나 시험통과 등 사소한 사건일 수도 있고, 생의 중대한 좌표를 결정하는 '결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한번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 자체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좀 더 성실하고 열린 자세로 임한다면 재혼을 통해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면서 이에 따른 재혼 가정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재혼시장도 그만큼 커졌다. 요즘은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10명 중 2명은 재혼일 정도로 재혼 상대를 찾는데도 적극적이다. 심지어 이혼도 하기 전에 재혼 상대부터 찾아나서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과거와 달리 요즘 재혼에 임하는 남녀들은 한결 당당하다.
◆이혼 전부터 재혼상대 찾아
3년간 별거를 하다 최근 협의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K(47·여) 씨는 이혼 판결이 나기도 전에 미리 결혼정보업체부터 찾았다. 이혼 시 자녀의 친권과 양육에 대해 현재의 배우자와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재혼에 유리할지, 자녀들이 좀 더 큰 후 재혼을 고려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재혼을 고려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1년도 못 채우고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공무원 S(32·여) 씨 역시 서류정리가 끝나기도 전에 결혼정보업체 문을 두드렸다. 그는 "한 달 후면 이혼절차가 완료되는데 가능하면 빨리 재혼하고 싶다"며 "돌싱(돌아온 싱글)으로 있는 기간을 최소화해 주변 사람들이 이혼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이혼이 증가하면서 재혼을 하는 데 있어 좀 더 당당하고 노골적으로 조건을 따지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예 이혼절차가 완료되기도 전에 결혼정보업체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와 공동으로 올 2, 3월 동안 상담한 재혼 대상자 623명(남 318명, 여 305명)을 분석한 결과, 30.2%인 188명(남 101명, 여 87명)이 이혼수속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전체 상담 대상자 대비 남성은 31.8%이고 여성은 28.5%로 남성이 좀 더 서두는 경향을 보였다. 주로 재혼을 하게 되면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으로 재혼을 하기 위해서는 이혼 시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지 등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의 이경 회원관리실장은 "이혼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커지다 보니 경험이 많은 전문업체의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상담은 가능하지만 서류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정보업체 회원으로 가입해 맞선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닥스클럽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회원으로 가입하고 만남을 주선하는 것은 서류절차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이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
재혼상대를 찾는 일은 초혼보다 좀 더 까다롭다. 한번 실패해 본 경험이 있다 보니 더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일.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탓에 이혼하는 경우가 꽤 많다 보니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2년 전 이혼한 이모(38·여) 씨 역시 그런 경우다. 학교 교사인 그녀는 7살 된 딸 한 명을 키우며 혼자 살다 최근 재혼에 골인했다. 그가 다시 선택한 남성은 43살의 사업가. 재혼남에게 2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고등학생인 큰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양육 부담은 줄었다. 이들을 이어준 커플매니저는 "여자들의 이혼 사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남자의 경제력"이라며 "경제력이 뛰어난 남성은 재혼에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특히 50대를 넘어선 재혼 커플의 경우에는 '경제력'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지사장은 "재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돈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밝힌다"며 "학벌, 외모 등 흔히 따지는 결혼의 여러 가지 조건보다는 경제력을 최우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남자 입장에서 '돈'을 최우선적 매력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나와 결혼하는 여성에게는 월 100만원을 생활비 외 용돈으로 줄 수 있다"고 말하는 남성까지 있을 정도. 대신 보수적인 요구를 하는 남성들이 있다. 아이가 없는 여성을 선호 1순위로 꼽거나 직업을 갖고 있기보다는 집에서 살림만 할 여성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지사장은 "남자들의 경우에는 내 아이는 괜찮아도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을 한다"며 "또 재혼상대를 찾기 위해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는 경우는 대부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례다 보니 맞벌이보다는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여성을 찾는 보수적인 남성들이 많다"고 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혼 남성 중 '양육아를 수용하겠다'는 답은 전체 설문대상 남성의 46.6%로 절반에 못 미쳤다.
◆늘어만 가는 재혼
통계청의 혼인 통계에 따르면 1990년 4만2천663건에 불과했던 재혼건수(부부 중 한쪽만 재혼인 경우도 포함)는 2010년 7만1천474건으로 60% 증가했다. 전체 혼인 중 초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89%에서 2010년 78%로 줄어든 반면 재혼가정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재혼 여성과 초혼 남성 커플도 급격히 늘어나 1990년 2.3%(9천300여 건)에서 2010년에는 5.6%(1만8천300여 건)로 오히려 재혼 남자와 초혼 여자 혼인율(2010년 4.3%)을 앞질렀다. 평균 재혼 연령은 남성 46.1세, 여성 41.6세로 2000년에 비해 각각 4.1세, 4.2세 높아졌다.
특이한 현상은 최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초혼 연령의 재혼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늦기 전에 이혼을 하고 새로운 상대를 찾는 것이 낫다고 이혼을 서두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지사장은 "심지어는 결혼 진행 과정에서 문제를 알아차렸지만 결혼식을 취소하는 등의 해프닝을 빚기보다는 조용히 이혼하고 재빨리 재혼 상대를 찾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유리한 결혼시장에서 너무 이른 재혼은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 이 지사장은 "초혼 연령의 여성 재혼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어리다는 점을 내세워 초혼에 가까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다 보니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남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재혼 상대자가 소수에 불과하다 보니 차라리 몇 년을 기다렸다가 재혼상대를 찾는 편이 낫다고 조언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 지사장은 "재혼의 경우 초혼보다 좀 더 현실적인 면이 강한 경향을 보인다"며 "재혼 상대를 찾을 때는 상대 입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냉철하게 평가해야 두 번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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