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은숙(34) 씨는 인터넷쇼핑몰에 대한 배신감을 떨칠 수 없다. 한 달 급여의 30%를 인터넷 쇼핑몰에 쏟아 부을 정도로 쇼핑 마니아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순위 조작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온라인쇼핑몰에 들어가 제품을 살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두는 것이 '베스트셀러 상품'과 '인기 높은 상품'이었고 '당연히 좋은 물건이겠지'라고 믿고 주문을 했다"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형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이 자신들의 수익에 유리한 상품을 베스트셀러나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상품으로 올려놓고 소비자를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몰 '빅3'인 11번가(SK텔레콤), 이베이G마켓(G마켓), 이베이옥션(옥션)이 광고비를 내고 광고서비스에 가입한 제품을 마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제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
이들은 2009년 10월∼2010년 10월까지 1년 동안 사이버쇼핑몰 홈페이지에 상품을 전시하면서 제품 특성이나 실제 판매실적과는 상관없이 자사의 광고서비스에 가입한 제품의 실적에 따라 '프리미엄 상품' '베스트셀러' '인기도순'의 랭킹을 매겼다. 옥션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자사의 광고서비스를 구입한 상품을 마치 '프리미엄 상품'이난 '베스트셀러'인 것처럼 전시해 소비자를 속여온 것. 공정위 관계자는 "오픈마켓들이 광고비를 받고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려주는 수법으로 벌어들인 이득은 매출액의 15%, 금액으로는 업체별로 4백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 업체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SK텔레콤 11번가에 대해선 시정명령과 과태료 500만원을, 이베이 G마켓에는 과태료 800만원을, 이베이 옥션에는 과태료 5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옥션의 경우 2008년에도 인기도순 정렬 방식을 이 같은 방식으로 속여 경고명령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인기를 끌거나 유행하는 품목, 고급스러운 품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행위는 명백하게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라며 "고객들의 소비심리를 악용한 지능적이고 파렴치한 상행위"라고 말했다.
온라인 순위조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편하고 싸고, 또 안 파는 것이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는 이점 때문에 인터넷 쇼핑이 날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막상 쇼핑몰에 들어가면 상품수가 워낙 많다 보니 고르기가 쉽지 않아 랭킹에 올라 있는 제품을 고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는 "로드숍의 매출이 마네킹 등 얼마나 디피를 잘 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큰 영향을 받는 것처럼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순위 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2월에는 2008년 6월부터 2년 7개월여 동안 한 유명 오픈마켓(온라인 장터)에서 2천563명의 개인정보로 회원가입을 한 후 이들의 명의로 실제 주문을 내는 방법으로 인기 순위를 조작, 500만원의 부당 매출을 올린 주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부산에서도 685만 명의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인터넷 쇼핑몰의 인기 순위를 조작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일부 창업교실에서 쇼핑몰의 인기 순위를 높일 목적으로 이 같은 개인정보 수집 요령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도용해 쇼핑몰 순위를 조작한 주부가 적발돼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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