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먼 타지로 가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 혹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당신(아내)과 너희(자녀)들에게 유언삼아 이 글을 쓴다. 지난 내 삶을 돌이켜보면 나름 내 인생을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다. 젊은 시절엔 성공을 위해 젊음을 다 바쳤고, 어느 정도 인생을 깨우쳐 갈 때부터 나의 삶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중략)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나의 이름으로 박물관을 건립하여 나의 사후에 나의 발걸음의 흔적이 남아있는 여행 유품과 LP판 모든 자료들을 박물관에 기증하고…."
전 세계 오지 중 오지만 찾아 떠나는 오지 탐험가 ㈜사라토가 도용복(67·대구예술대 특임교수) 회장의 유언장이다. 아마존 정글이나 아프리카 위험지역 등으로 떠나기 전 써놓은 유서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평생 배필인 아내와 잘 자라준 1남 3녀에게 대비 없는 죽음을 안겨줄 수 없다. 하지만 매번 여행 때마다 목숨을 건 모험은 계속된다. 한 달 전 콜롬비아 보고타를 통해 아마존 정글 깊숙한 곳을 탐험하다 현지 가이드가 독뱀에 물려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해야만 했다. 그래도 사후 처리를 하고 탐험을 계속했다. 남미에서는 사창가 같은 골목에서 반나체의 여성들 사진을 찍다 카메라 메모리칩을 뺏기고, 집단 구타를 당할 뻔했다.
5대륙(아시아·유럽·남북아메리카·아프리카·중동) 중에서 오지 나라만 집중적으로 탐험하는 도 회장을 이달 25일 대구 수성유원지 인근 커피숍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놀라운 점은 일흔에 가까운 나이인데도 청년과 같은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험심과 긍정의 힘일까' 생각해봤다.
◆1년 중 300일 일하고, 65일 세계 오지여행
"이게 무슨 인생이냐? 일의 노예도 아니고 제2의 인생에 도전해보자!"
공자는 50세 나이를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도 회장에게 50세 때 이 천명(天命)은 지구촌 오지 곳곳을 누비라는 지상과제였다. 그것도 스스로 깨달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결단했다."1년 중 300일은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65일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리라."
태권도 공인 4단(명예 5단)에 타고난 체력과 운동신경에 더해 음악·미술 등 예술과 문화에도 각별한 재능을 갖고 있던 이 사나이는 19년 전 그 다짐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그래서 17년 동안 매년 65일씩 지구촌 오지 곳곳을 목숨을 내걸고 다니고 있다. 그래서 다닌 나라들은 헤아리 수가 없다. 130여개 국이란다. 대개 한번 떠나면 30~50일 일정으로 한 대륙의 인근 10~15개 나라를 훑고 돌아온다.
오지여행 프로필이 화려하다. 북마리아나제도 연방, 몰타, 바티칸시국, 벨리즈, 기이아나, 트리니다드 토바고, 그레나다, 부르키나파소, 베넹, 보츠와나, 모잠비크, 레소토, 모리타니아, 스와질랜드, 키프로스 등. 기자 역시 잘 들어보지 못한 나라들이 그의 오지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새롭고 신기해서 더 매력적인 것이 여행인가보다. 그의 얘기를 들으니 부럽기까지 했다.
도 회장은 그 중에서도 아마존 정글과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사는 위험지역 여행을 지구촌 여행의 백미로 꼽았다. 특히 아마존은 지구라는 행성의 허파답게 갈 때마다 새로운 시원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는 것이다. 벌써 5번째 깊은 정글을 탐험했지만 또 가고 싶다고 한다. 올해는 지구의 지붕인 파미르고원으로 떠나고, 내년 쯤에는 중앙아프리카의 위험한 나라로 또 묵숨을 내건 여행을 할 계획이다.
◆변신 또 변신,'Life is Beautiful'
수십년 전 김찬삼의 세계여행이 국내 여행 및 모험가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김찬삼은 산악인 박영석 뿐 아니라 바람의 딸 한비야 그리고 오지탐험가 도용복 회장에게도 마찬가지로 지구촌 여행과 모험에 대한 꿈과 열정을 줬다. 감히 평가해봤다. 도 회장은 김찬삼을 이을 만한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 탐험가라고. 그에 더해 그는 각 나라의 문화에 흠뻑 빠져들 줄 아는 풍류도 지니고 있기에 더 높이 평가받아도 무방할 듯 했다.
그의 인생은 이렇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194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사업을 일궜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부산에서 직원 1천여 명을 둔 핸드백 공장을 경영하다가 직원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다 골프공과 골프장갑을 만드는 현재의 ㈜사라토가로 바꿨다. 김해에 1공장이 있으며, 부산 사하구 녹산에 2공장이 있다. 이 공장들은 잘 경영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우즈베키스탄에 18홀 규모의 고급 골프장도 갖고 있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먹고 살 걱정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오지여행을 다닐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셈이다.
이 20년 가까운 오지여행은 또 부산문화재단 이사, 한국지도자육성장학재단 이사, 엘살바도르 명예대사,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부경대 초빙교수 등의 타이틀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전국 최고의 오지여행 강사라는 점이다. 그가 한국에 머무르는 300일 중 강의하는 날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 강사가 됐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과천중앙공무원교육원, 중앙선관위, 국세청, 광역·기초 지자체 등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공무원들에게 모험과 도전을 가르치는 최고의 명강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국무총리실에서는 하루 종일 연강을 한 기록도 갖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도 자주 등장해 오지 여행의 흥미로운 얘기들을 전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도용복의 세계탐험', '도용복의 세계견문록'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오지여행 유명강사로서 얻은 것은 또 있다. 300일은 국내 구석구석 여행이라는 선물. 그는 전라도 섬이라도 기꺼이 찾아간다. 한번 가게 되면 인근 지역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는 1박 2일 또는 2박 3일의 여행을 더불어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인생은 아름답고, 세상 즐기기에도 모자란 것이 인생이라고'
◆풍류를 아는 오지 탐험가
그는 어릴 적 교회에서 풍금을 배웠고, 이후에도 음악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길거리 악사처럼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길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오페라 아리아', '산타루치아', '오 솔레미오'가 즉석에서 터졌다. 이런 그의 기질 탓에 사라토가도 'Here We go SARATOGA,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이사와 (사)부산문화예술진흥회 이사장, 부산재즈클럽 회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메세나(기업이 문화를 후원)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도 회장은 오지 탐험가로서 아마존 및 아프리카 등 식인종이 사는 오지 중 오지를 가는 것을 최고의 도전 가치로 여기지만 사실 풍류가로서는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 국가를 지상천국으로 여긴다. 그는 쿠바를 음악천국으로 추앙했다. 길거리 어딜가나 음악이 흐르고 아무 곳에서는 춤추고 낯선 이들과 어울려도 언제나 흥겨운 곳이라고 했다.
사진도 직접 찍는다. 그것도 프로페셔널처럼 잘 찍는다. 그에겐 비싼 카메라와 무비 카메라 그리고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똑딱이 카메라와 몰래 카메라 등이 여행 동반자다. 세상 사람들에게 증거로 남길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할 때 이 귀중한 물건들과 속옷 2장, 세면도구 등 아주 간단한 도구만 여행가방에 넣고 다닌다. 한번씩 사진 촬영 금지구역에서 잘못 촬영하다 걸리면 이내 똑딱이 카메라를 꺼내놓으며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센스도 갖고 있다.
이런 오지에서의 사진작가로서의 재능 탓에 질높은 사진집과 기행문집도 남겼다. 1998년 남미'아프리카 기행 사진집 'El Condor pasa'가 불후의 명저로 남아있으며, 2004년 기행문집 '중앙아시아의 보물창고 신비한 나라 투르크메니스탄'도 중앙아시아에 관한 생생한 여행정보로 가득하다.
"70세부터는 제3의 인생인데 많은 분들에게 용기와 열정을 불러넣어 주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은 먼저 이스라엘 집단농장 키부츠로 가보십시오. 전 세계 50여개 국 젊은이들과 교류하며 세계에 대한 꿈에 부풀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가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나라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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