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영롱한 빛깔. 보석과 귀금속은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다. 마치 보석과 함께 나 자신까지도 광채를 발하는 듯한 황홀감을 가져다주는 마력이 숨어있는 것이 바로 주얼리. 특히 대구는 주얼리 업계에서 강자로 손꼽힌다. 대구 중구 교동을 중심으로 한 패션주얼리 특구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귀금속 전문상가이다. 다양한 매장들이 한데 몰려 있는데다 전문타운 개관, 전주(전봇대) 지중화, 간판정비 등 현대화 사업으로 한결 쾌적한 쇼핑 환경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에 있어서는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 규모가 영세한데다 자신만의 디자인 개발에는 공을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우리만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은 힘든 현실이다.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나만의 개성과 독창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갖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더구나 큰 맘 먹고 장만해야 하는 귀금속의 경우에는 다른 누구와 똑같은 디자인을 원하지는 않을 터.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디자인'에 대한 투자만이 귀금속 업체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준보석업체 도쿄앤펄은 디자인에 승부수를 던진 지역업체다. 현재 전국에 16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 업체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두 100%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도쿄앤펄 정우식 대표는 이달 1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1 한국주얼리페어에서 베스트디자인상을 차지했다. 그가 선보인 작품은 우리나라 전통 한복의 옷고름을 리본처럼 형상화해 포인트를 준 목걸이와 브로치 제품. 목걸이는 중간중간 포인트가 들어가 있는 가느다란 체인 5줄을 꼬아 화려함을 높였다. 옷고름 리본에는 옆라인을 따라 사파이어와 루비를 박아 포인트를 주는 한편 한층 화사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내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G20 영부인 갈라쇼의 주얼리 디자이너 2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브랜드네임이 '도쿄앤펄'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이들이 디자인을 맡은 것은 간 노부코 일본 총리 부인이 착용할 제품으로 진주에다 꽃의 화사함을 수놓았다.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히 작은 별'을 의미하는 '호시쿠즈'는 G20 정상회담에 모인 정상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도쿄앤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한송이(26) 씨는 "보석세공이나 귀금속디자인을 전공하고도 자신만의 독창성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현재 그녀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겨냥해 선보일 신제품을 구상 중이다. 대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인 만큼 지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를 상징할 수 있는 작품 하나를 선보이겠다는 취지.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과 물방울 문양을 형상화 해 펜던트를 만들고, 화합을 상징하는 목걸이를 만들어내 대구를 상징하는 제품으로 내놓겠다는 포부다.
◆최근의 예물 트렌드는 간소함
여자가 일생 동안 결혼반지를 바라보는 횟수는 100만 번쯤 된다는 얘기가 있다. 이렇듯 평생을 함께하는 까닭에 결혼반지 등의 예물를 선택하는 기준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예물의 경우에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렇다보니 편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간결해질 수밖에 없다. 한창 활동성이 강한 20, 30대에 결혼을 하게 되다보니 더욱 '심풀'이 강조되는 것이 결혼 예물 디자인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심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화려하고 화사한 제품에 끌리는 경향을 보인다. 고객들이 말하는 '심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도 여전히 강세다. 도쿄앤펄의 백희선(24) 디자이너는 "여성스러움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좀더 모던한 디자인으로 변형됐을 뿐, 주얼리 디자인에서 여성스러움은 빠져서는 안될 콘셉트"라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모던한 스타일보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선의 세련미가 더해진 솔리테어 스타일(메인 보석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나, 베젤 세팅(보석의 테두리를 강조하는 스타일로 우물 세팅이라고도 한다)으로 심플을 강조한 디자인을 선택하면 오래도록 착용해도 질리지 않는다.
다이아몬드에 이어 선호되는 예물이 진주다. 유행 지난 보석이라거나 눈물을 상징한다며 그 가치를 폄하하는 이도 있지만 진주는 건강한 조개에서만 만들어지는 보석으로 건강과 장수를 의미한다. 신부의 순백 드레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보석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진주,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5대 보석세트를 모두 갖추는 경우가 많았지만, 겉치레가 사라지면서 예물도 지극히 간소화됐다. 요즘은 다이아몬드와 진주세트 정도만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검소한 신혼부부들은 아예 커플링만 나눠끼는 경우도 꽤 된다. 그렇다보니 주얼리 업계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간소한 세트를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다이아몬드 신부 세트에 커플링만 추가해 지출은 줄이면서 예물의 기본은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세트 구성이 인기다.
커플링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녀가 함께 반지를 나눠낀다는데 의미를 두다보니 디자인이 같은 것이 당연한 상식으로 통했지만 요즘은 남녀 각자의 취향을 반영해 같은 모티프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느낌의 디자인을 하는 추세라는 것. 더욱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여성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이러한 트렌드에 한몫 했다는 풀이다.
◆디자인 최신 트렌드는?
최근 목걸이는 전체적으로 굵거나, 가느다란 디자인에서 벗어나 체인 굵기가 옆라인은 가느다랗고 앞 라인은 굵어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으로 변형되고 있다. 또 체인 중간중간에 포인트를 주는 것도 현재 선호되고 있는 디자인 트렌드.
금으로 만든 목걸이와 팔찌는 치솟는 가격 때문에 중량이 가벼운 것들이 인기가 많다. 가느다란 선으로 형상화해 속을 비워서 가볍지만 화려해보이는 디자인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금은 적게 들면서도 한결 부피는 커 보이는 주얼리로 멋을 낼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는 붉은빛이 도는 로즈골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도 주얼리 시장을 풍미하고 있는 화이트골드에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색다른 로즈골드가 뜨고 있는 것. 화이트골드와 옐로골드, 로즈골드는 어떤 금속과 합금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변화한 것이다. 18K 제품을 예로 들자면 75%의 순금에다 은과 동을 적당히 섞으면 일반적인 옐로골드 빛깔이 되고, 은과 흰색 금속을 섞으면 화이트골드, 구리를 비롯한 붉은 빛깔의 금속을 섞으면 로드골드가 되는 방식이다. 한 디자이너는 "지금 서울은 로즈골드가 대세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조만간 대구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플래티늄(백금)을 이용한 디자인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플래티늄은 순금과 마찬가지로 순도 100%의 금속 그 자체.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없고, 강도가 강해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을 물릴 때 단단하게 잡아주다보니 보석 디자이너들에게 각광받는 소재다. 하지만 가격은 금의 1.7배 정도로 비싸고, 워낙 단단해 가공이 쉽지 않다보니 디자인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다이아몬드에서도 유색 다이아몬드가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합리적인 쇼핑을 추구하는데서 생겨난 새로운 경향이다. 아무래도 투명할수록 값이 비싼 다이아몬드의 특성상 노란색이나 붉은색이 도는 다이아몬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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