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는 게 세상 이치다. 없어서는 안 될 귀한 것이라고 과욕을 부리면 반드시 낭패를 보게 되어 있다. 몸에 좋은 약도 과용하면 독이 되듯 정도를 지나치면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과식'과음은 탈을 부르고 건강을 해친다. 원효 스님이 수행자는 맛을 찾지 말고 생명을 유지할 만큼의 소찬(素饌)을 하라고 이른 것은 불가의 전통이기도 하지만 먹는 것에도 법이 있기 때문이다.
불가에서 수행자들이 먹는 선식은 무공해 재료와 천연 조미료를 쓰고 지나치게 달거나 짠 음식을 멀리한다. 1식 4, 5찬을 기본으로 아침은 가급적 죽을 먹고, 점심은 넉넉하게, 저녁은 간단히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여기에는 먹는 것을 통해 청정함과 유연함, 여법함 즉 삼덕(三德)을 갖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이를 다 갖추고 지키기가 쉽지 않다. 또 오랫동안 길들여진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웬만한 결단 없이는 어렵다. 하지만 흉내라도 낸다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나치면 해로운 것 중 하나가 소금이다. 소금은 본디 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고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다. 만일 소금 섭취량이 부족하면 소화액 분비가 감소해 식욕이 떨어지고 무력감과 권태, 피로나 정신불안 증세 등이 일어난다. 심할 경우 의식이 흐려지는 등 인체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금을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할 경우 위염'위암 등을 유발하고 고혈압을 부르게 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판 컵라면에 들어 있는 평균 나트륨 함량은 1천779㎎이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한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2천㎎ 정도다. 컵라면 큰 용량에는 평균 2천363㎎의 나트륨이 들어 있으니 컵라면 하나만 먹어도 하루 섭취량을 훌쩍 넘기게 된다. 그나마 과거보다 나트륨 함량을 크게 줄였다는 게 이 정도다. 소금이 녹아 있는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불경에 이르기를 세상의 모든 법은 식(食)으로 인해 생겨나고, 식으로 인해 사라진다고 했다. 이는 먹는다는 욕망을 억제하면 깨달음에 들어갈 수 있지만 거꾸로 그 욕망을 좇다 법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먹는 것과 맛에 대한 절제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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