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5월.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과 부모의 주먹질로 가슴이 멍드는 아이들, 어렵게 가정을 꾸리고도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사회 가정에 닥친 위기의 단면을 짚어본다.
'나홀로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족들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고독사(孤獨死)다.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늘고 있는 고독사의 단면을 반영하듯 '유품정리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버려진 노년, 마지막도 혼자
지난달 20일 오전 대구 북구 태전동의 한 주택가. 회색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낡아빠진 유모차 한 대 서 있었다. 이 유모차는 평생을 혼자 살아온 김태성(가명'84)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이다.
"담배 한 갑이면 4일 정도 피우지. 이거라도 있어야지." 김 할머니는 담배로 외로움을 달래며 화장대 위에 수북이 쌓인 약봉지를 바라봤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예사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는 지난밤에도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웠다. "방세도 내고 세금도 내야 하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지만 아끼는 거지 뭐." 찾아올 사람도, 찾아갈 사람도 없는 노년은 서글프기만 하다.
지난 5년 새 대구의 '나홀로 가구'는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대구시 총 가구수는 86만8천424가구로 이 중 1인 가구는 19만1천209가구로 전체 가구의 22%를 차지했다. 지난 2005년 전체 가구(81만7천620가구) 대비 1인 가구(14만8천331가구) 비율 18.1%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표 참조)
노인들의 가난은 고독사를 부추긴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8년 기초생활수급자 9만3천341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1만9천671명으로 다섯 집 중 한 집이 노년층이다.
◆추억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업체'
고독사가 늘면서 고인의 집과 유품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업체'도 등장했다. '키퍼스 코리아'는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업체인 '키퍼스'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3월 한국에 문을 열었다.
유족들이 의뢰를 하면 직원들이 현장을 찾아가 견적을 본다. 필요없는 물건은 처리하고, 보관 가치가 있는 물건들만 골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유족들에게 배송하는 '유품 분배'를 한다. 이 회사는 가족이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살 경우 장례식이 끝나면 다시 모이기 어렵고, 부모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키퍼스 코리아 김석중(42) 대표는 고인이 남기고 간 그리움의 흔적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민다. 김 대표는 "일기장이나 앨범을 보면 홀몸노인들의 경우 자식이나 주변인들을 그리워하다가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며 "고독사 문제가 일본보다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전화 한 통'으로 고독사 막아
고독사 예방은 사회적 유대에서 시작된다. 최근에는 각 단체에서 자발적으로 홀몸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대구 북구청 환경미화원노조는 지난달 30일 '미화원 사랑봉사단'(단장 최용호)을 구성했다. 현재 23명의 미화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북구 지역 홀몸노인들과 일대일로 결연을 했다. 사랑봉사단에서 활동 중인 박찬호(56) 씨는 점심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를 이용해 일주일에 2차례 이상 결연을 한 할머니를 찾아간다. 그는 "빵 한 봉지에 음료수 한 병만 손에 들고 가도 할머니께서는 엄청 기뻐하신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고독사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가정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는 '홀몸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소속 자원봉사자 250여 명이 홀몸노인들을 보살피기 위해 '말벗 봉사'에 참여 중이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홀몸노인들에게 꾸준히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전화를 안 받으면 들러서 확인해야 한다"며 "홀몸노인 보살피기가 사회복지의 중요 몫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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