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축구단과 가장 어울리는 경기를 할 수 있는 남성 파트너는? 70대 남성 축구단이다. 구성 멤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선수 출신 2, 3명이 포함된 여성축구단과 조기축구회 출신의 70대 남성 축구단이 시합을 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
지난달 8일 대구의 70대 남성 축구단인 대구골드축구단(회장 이장열)은 제11회 대구시여성축구대회에서 우승을 노렸으나 쓴맛을 봤다. 예선에서 서구여성축구단을 5대2로 제압, 준결승에 올랐으나 달서구여성축구단에 0대1로 진 것이다. 달서구여성축구단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대구골드축구단은 또 6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는 올해 대구FC컵 대구사랑축구리그 여성'황금부에서 동구여성축구단에 져 현재 1패를 안고 있다. 대구골드축구단은 지난해 대구FC 리그에선 3위를 차지했다.
70대 축구단은 대구골드축구단과 팔공산장수축구단 등 대구 2개 팀을 포함, 전국적으로 30여 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대구골드축구단은 2008년 2월 70대 축구단으로 대구에서 가장 먼저 결성됐다. 이장열(78) 회장과 윤득호(73) 감독, 김일용(71) 코치 등 7명이 대구 중구 청자다방에서 만나 팀을 만들기로 결의하고 축구단을 창단했다는 것. 이들은 창단 후 대구시축구협회장을 역임한 임치근(63) 씨를 수석고문으로 영입하고 회원을 늘려 축구단의 모양새를 갖췄다.
윤 감독은 "대구에 60세 이상의 조기축구회가 여럿 있지만, 이곳에서 70대들은 주전에서 밀려 설 자리가 없었다"며 "그래서 70세 이상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건강을 단련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축구단을 만들었다"고 했다.
대구골드축구단은 창단 후 첫 출전한 대회부터 실력을 발휘했다. 2008년 8월 전남 영광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축구대회 70대부에서 당당히 우승한 것.
윤 감독은 "우승하고 대구로 돌아와 생활체육 대구시축구연합회에 우승컵을 전달했는데, 연합회 이정헌 회장이 우승 기념 메달을 만들어 대회 참가 선수들에게 선물했다"며 "대구시민축구장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대구골드축구단은 이어 2009년에도 5월 전국연합회장기축구대회에서 3위, 6월 전국후원회장배축구대회에서 준우승, 7월 전국클럽대항초청경기에서 공동우승을 차지하며 전국에서 실력있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지난달 16일 경남 창녕에서 열린 4개 도시 초청대회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축구단은 이달 13일 대구시장기와 14일 마산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축구단에서 막내 격인 김경오(71) 씨는 골게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윤 감독은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로 팀을 이끌고 있다. 성광고와 동국대에서 선수로 이름을 날린 임 수석고문은 60대라 공식경기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친선경기에서는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축구단의 평균 연령은 70대 중반으로, 최고 연장자는 78세의 이장열 회장이다. 이 회장은 임 수석고문과 함께 경기 후 밥을 사는 등 축구단의 후원을 책임지고 있다.
윤 감독은 "회비로 월 1만원을 받지만 축구단을 운영하기에는 절대 부족하다"며 "구'군청에서 지원받는 여성축구단처럼 우리도 스폰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임 수석고문은 "어르신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하려면 최소한 유니폼과 축구공 정도는 지원받아야 한다"며 "대구FC나 지역 기업 등을 통해 지원받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축구단은 전용 구장은 없지만 여성축구단과 정기 교류를 하고 있어 비교적 운동여건은 좋은 편이다. 축구단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대구 동구 율하동 박주영축구장에서 동구여성축구단과 친선경기를 하고 있으며 수성구여성축구단과는 앞으로 매주 월요일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친선경기를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축구단은 요즘 대구FC 응원에도 열심이다. 대구FC가 올 시즌 선전하고 있는데다, 대구FC의 김재하 사장이 축구 동호인들을 찾아 인사하는 등 살갑게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회원 모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축구장에서 응원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며 "대구FC가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진정한 시민축구단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우리 회원들이 앞장서서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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