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이 2일 국회에서 의원연찬회를 열어 ▷민심수습과 ▷당 운영 쇄신 ▷국정개혁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끝장토론'을 예고한 연찬회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 당내 '대주주'들이 빠져 초장부터 맥이 빠진데다 자기반성보다는 모호한 '주류퇴진론'과 쇄신 주장만 난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현실성없는 박근혜 역할론이나 박근혜'이재오 공동대표론 등 현실성이 결여된 아이디어 수준의 이야기까지 제기되면서 연찬회 분위기는 계파간 대립구도를 그대로 재현하는 등 재보선 참패 이후의 위기의식과 자성분위기는 크게 희석됐다.
소장파들도 인적 쇄신의 필요성과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주류퇴진론'을 제기했지만 이 장관 등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 등 몸을 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연찬회 시작 전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연찬회장에서는 청와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친박계가 소장파의 주류퇴진론에 가세하면서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발언수위를 조절하는 등 충돌을 피했다. 친박계 핵심인 이성헌 의원이 "당은 지도부가 선거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하고 있는데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아무 책임도 안 지고 있다"면서 낮은 수위의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는데 그쳤다.
박근혜 역할론도 본격적으로 제기되지는 않았다. 친이계인 정미경 의원이 "영화를 성공시키려면 확실한 주연 배우를 내세워야 하는 것처럼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장관 다 나와야 한다"면서 "박 전 대표가 나와 손에 피 묻히고 얼굴에 흙 묻히면 국민이 감동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을 주장했을 뿐이다.
이에 김성식 의원은 "유력한 대선주자를 끌어들여서 총선판을 모면해보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받을 수 있다"며 정 의원의 주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밖에 조전혁 의원은 "국민들은 꾸준한 경제성장에도 불구 고용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정부가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대기업의 횡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데 실망해 한나라당을 떠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창당 수준의 면모 일신과 총체적인 당 운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의원들은 ▷대권후보 조기가시화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 수정 ▷개혁적 이미지의 소장파 전면 배치 ▷난관 돌파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비상대책위 구성 ▷전 당원 투표 등 당원들의 의사결정 참여기회 확대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반향의 강도는 약했다. 140명 출석으로 시작한 연찬회가 끝날 때 쯤에는 50여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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