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적도 디지털화 시급하다

일제 강점기 후 100년 만에 전국 3천715만7천여 필지의 땅에 대한 재측량 작업이 실시된다. 여기에는 대구경북 6천200여 필지도 포함된다. 지금의 종이 지적도(地籍圖)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지적 재조사'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정부입법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됐던 지적 재조사 특별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의원입법 발의로 추진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에 특별법 제정이 성사된다면 우리는 1910년대에 만들어진 지적도'임야도가 스마트 코리아(Smart Korea)에 부합하는 디지털화 시대를 맞게 된다.

지적(地籍)은 국토의 모든 정보(위치, 형태, 권리, 면적, 지목, 건축물, 지번, 경계)를 기록해 놓은 '땅의 주민등록증'이라 할 수 있다. 지적의 역할은 국토 이용'계획, 평가'거래, 등기'과세, 국민생활 필수 요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지적도는 100년 전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병합하면서 토지의 수탈과 토지세 징수를 목적으로 당시의 전근대적인 장비와 기술로 작성된 평면 종이 지적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위치가 일본의 측량원점(동경원점)을 사용하여 결정되었기 때문에 세계표준과 464m나 차이가 나고, 측지측량과 지적측량 간 원점의 불일치 및 지적원점의 다양화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지적 정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으나, 행정력의 부족으로 인해 지적공부의 부실화는 계속됐다. 무분별한 증'개축과 산업개발이 시작되면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지적공부와 실제의 경계가 서로 달라지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훼손이 있는 종이 도면의 사용과 정확한 수치가 아닌 도해에 의한 측량성과 결정으로 '지적 불부합지'가 더욱 증가했다. 1990년대 정보화시대를 맞아 1992년 토지대장 전산화, 2005년 종이 지적도 디지털화 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디지털 지적도를 구축'운영했으나 지적도면의 디지털화는 종이 지적도를 그대로 수치화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오차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그 외에도 토지대장과 임야대장의 분리, 상이한 축척 등으로 정확성과 일관성에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사회에 접어들면서 스마트 코리아를 원하는 국민의 종합적 국토 정보에 대한 욕구는 커져가지만 지적제도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정확한 위치정보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지적정보는 지형도와 지적도의 불일치 및 상호 연계 미흡 등으로 국민 불편은 물론 행정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 공간정보산업 발전 한계, 국토의 효율적 관리 미흡, 국가정책사업 지연, 국민 재산권 행사 제한, 국민의 정신적'경제적 비용 부담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실제 국토해양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적도면의 경계와 실제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지적 불부합지'는 대구경북 지역은 5%이며, 전 국토는 15%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경계복원측량이 연간 26만여 필지, 측량비용이 연간 770억원에 이르고, 방치된 국유지도 4억㎡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국토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토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적경계 부정확, 지형도와의 불일치 등 기존의 문제점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디지털 지적과 정보 활용의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적정보 디지털화는 공간정보산업의 원동력이다. 지금의 아날로그 지적정보로는 전자정부'IT 강국에 걸맞은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종이 지적도면을 사용하는 국가는 OECD 중 우리나라밖에 없다.

지적 재조사 사업이 완료되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적정보를 디지털 지적 시스템으로 구축하여 표준화된 디지털 지적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3차원 공간정보, 모바일 활용 환경 등 스마트 국토 구현을 위한 공간정보에 부합하는 지적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지적 재조사 사업에 대한 경제적 효과도 제시됐다. 국토연구원은 사회갈등 조정 효과, 지적제도 선진화 효과, 행정 선진화 효과, 디지털 지적 유통 효과, 선진 지적 시스템 해외수출 효과 등을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고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지적 재조사는 100년 동안 사용한 종이 지적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민 불편 해소, 국민 재산권 보호,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가공간정보산업 발전,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사업이다. 이와 함께 10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녹색 뉴딜 사업이다.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찬우(대한지적공사 대구·경상북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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