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주면서 기분 좋다는 것은…

대구문화예술회관에 가까워지면 자주 보게 되는 플래카드와 유니폼이 있다. '밥차!'. 어르신들을 비롯해 여러 시민에게 점심 한 끼를 대접해 드리는 사랑을 담은 국밥 한 그릇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나누는 봉사 차량이 있는 곳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 차량 주변에는 같은 색의 조끼를 나눠 입고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며 땀을 흘리는 분들이 있다. 스스로, 따스한 마음으로 기부한 분들의 정성을 모아 그 '밥'을 지었을 것이다. 밥과 노동력과 시간과 정성을…. 그러니 얼굴에는 땀이 맺혀도 찡그림 없이 미소만 있었던 것이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은 비슷하게 생긴 말인데 참 다른 말이다. 그런데 그분들을 보는 나 자신은 둘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나눌 수 있는가'라고 자문하며 사무실을 들어갔다. 대구시립극단은 '찾아가는 문학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어린이들과 중'고교생들에게 다가가고 있고 경찰청과 연계해 경찰들의 대시민 친절도를 높일 목적으로 '미소파출소'라는 연극을 공동 제작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타인들의 시선이 닿는 곳은 무난하였으나 안에서 직접 움직이는 우리 동료 단원들은 어떨까 해서 지극히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다른 기관과 연계해 시행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넌버벌 공연 '소리야 놀자' 팀과 동행해 보았다. 우리 단원들이 직접 간단하지만 무대 도구들을 날라 설치하고 공연장이 되는 아동센터의 정리도 도왔다. 그리고 직접 분장하고 음향장치를 설치하며 음악과 효과음을 트는 등 모두 1인 다역을 맡은 배역 말고도 무던히 소화하고 있었다. 짧은 공연이지만 수개월 동안 고민하고 연습하여 만든 작품이다. 다행히 올망졸망한 관객들의 눈과 입에선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연출과 음향 오퍼를 담당하는 강석호 차석 단원이 어린이들과 얘기를 나누며 공연의 모니터를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초딩'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것이다. 그리고 메모도 한다. 앞으로 이렇고 그렇고 저런 점은 고치고 키우리라 하는 다짐일 것이다. 그 행동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연극적 재능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골목길에 있는 작은 아동센터를 나오며 그곳 센터장님의 환한 미소와 감사를 받으며 극단으로 복귀했다. 오는 내내 아이들의 반응을 얘기하는 단원들의 웃음소리에 작은 나눔에 대한 기쁨이 묻어났다. '왜 진작 이런 공연이 더욱 확대되지 않았던 것일까' 스스로 자책해본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동이 걸린 이런 작은 공연들은 대외적으로는 그리 떠들썩하진 않아도 우리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공연예술중심도시는 이런 깨알같이 미세한 공연이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기획자란 직업이 이럴 때 참 좋다.

이완기<대구시립극단 제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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