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십자가에 못박힌 50대 시신 '미스터리'

문경 인적드문 야산서 발견

택시기사 출신인 50대 남성이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십자가에 사지가 못 박힌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1일 오후 6시쯤 문경시 농암면 둔덕산 속칭 '고모치 광산'(해발 900m)에서 김모(58'경남 창원시) 씨가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 A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양봉업자인 A씨는 "산에 올라가던 중 예수가 처형당한 모습처럼 십자가 형태의 나무틀 위에 매달린 채 숨져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의 양손과 양발에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대못이 박혀 있고 옆구리에 흉기에 찔린 10㎝ 이상의 상처가 있었으나 검안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십자가에 못 박혀=문경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각목으로 만들어진 높이 187㎝, 가로 180㎝ 크기의 십자가에 길이 14.5㎝의 못 4개가 양손과 양발을 관통해 박혀 있었으며 우측 옆구리가 흉기에 찔려 피가 굳은 상태로 발견됐으나 시신은 부패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 씨는 사각팬티만 입은 채 예수의 형상처럼 머리 위에는 가시 면류관이 씌어져 있었고 다리와 목은 십자가에 줄로 묶여 있었다. 바로 앞에는 김 씨가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이 있었으며, 주변에는 청테이프를 찢어 만든 채찍모양의 도구도 발견됐다. 또 사건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김 씨의 차량에서는 김 씨가 구입한 것으로 파악되는 텐트, 망치, 핸드드릴, 칼, 철사, 톱, 초코파이 20개, 물통, 십자가 제작 설계도, 십자가 메는 방법을 메모한 A4용지 2매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도와줬을까=경찰은 사지에 박힌 못이 양쪽 모두 뾰족한 날이 있는 점을 중시, 김 씨 스스로 십자가를 드릴로 뚫어 못을 먼저 박은 뒤 자신의 손과 발에도 역시 드릴로 구멍을 내고 못에 각각 끼워 넣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십자가에 박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신고자 A씨가 사망한 김 씨가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종교카페 운영자인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등 각종 도구들을 김 씨가 혼자 제작하고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최근 행적은=김 씨는 지난 1995년 아내와 이혼한 채 혼자 살고 있으며 1년 전 택시기사를 그만둔 뒤의 거주지와 접촉한 사람들이 불분명하다. 하지만 지난달 초 신형 갤로퍼 차량을 형제와 함께 구입했으며, 교회에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평소 유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교회에 다닐 것을 권유하고 천국을 동경해 왔으며, 심지어 유체 이탈설 등에 심취해 왔다는 증언 등으로 미뤄 부활절인 지난달 24일을 3일 앞둔 21일쯤 예수의 부활을 모방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용태 문경경찰서 수사과장은 "사망 현장이 자살한 사람이 연출한 것치고는 매우 기이했고 김 씨가 정신과 병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타살 의혹도 있다"며 "그러나 자살자의 의지에 따라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가능한 만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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