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X 출입문 열린채 8분 달려 승객들 공포에 떨어

취객이 비상 레버 당겨 문열어도 속도 줄이지 못해 계속 달려

시속 300km로 달리던 고속열차(KTX)의 출입문이 열려, 승객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4일 오전 0시 30분쯤 경북 구미 인근을 지나던 서울발 부산행 KTX 열차 6호차."객실 내에 있는 열차팀장은 속히 6호차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는 승무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조용하던 객실에 퍼졌다. 승무원의 당황한 목소리에 승객들도 술렁였고, 일부 승객들이 6호차로 몰려갔다. 술 취한 박모(44) 씨가 비상레버를 당겨 출입문을 열었기때문. 열린 문을 타고 바람은 객차 안으로 불어닥쳐 커튼이 흔들릴 정도였다는 게 승객들의 얘기다.

KTX-산천의 경우 비상레버를 당기면 열차가 비상정지 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이전에 개발된 구형 KTX는 비상레버를 당겨 출입문을 열더라도 계속 달리게 설계돼 있다.

그러나 고속열차는 곧바로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황급하게 도착한 직원이 무전기로 기관실에 속도를 줄일 것을 요구했지만 한동안 기관실 직원은 문이 열렸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열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시속 300km로 7, 8분가량을 더 달린 후에야 속도가 줄었고, 어렵게 열차 출입문이 닫혔다"며 "짧은 시간 동안 느낀 공포감은 말로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씨는 철도특별사법경찰에 인계됐고, 자술서를 작성한 뒤 귀가 조치됐다. 경찰은 박씨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박씨는 경찰에서 "달리는 열차에서 문이 열리는지 호기심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코레일측의 안일하고 미숙한 대응에 더 분통을 터뜨렸다. 코레일은 또 사고를 낸 취객을 별다른 조치 없이 부산까지 태우고 가려다. 승객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열차 출발을 3, 4분간 지연시키자 그제서야 박씨를 철도특별사법경찰 동대구센터에 인계했다.

열차 안에 동승하도록 돼 있는 철도특별사법경찰이 아예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열차 운행 시 2인 1조로 철도경찰이 동승하도록 돼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코레일 관계자는 "박씨의 신병이 확보된 상태여서 종착역까지 태우고 간 뒤 경찰에 인계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고 철도경찰 관계자는 "워낙 인력이 부족해 2인 1조가 아니라 1명씩 탑승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전체 운행 열차 중 20%에만 탑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중인 열차 출입문이 실제로 열린 것은 아니고, 문이 열리지 않도록 압축공기가 들어오면서 객실에 바람이 느껴진 것"이라고 해명을 덧붙였다.

한편 KTX가 사고나 고장으로 멈춰선 게 올 들어서만 벌써 26번째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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