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대구스타디움에서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에 꼽힐 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참가국 수, TV 시청자 수는 오히려 올림픽을 능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다가옴에 따라 대회 상징인 마스코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스코트는 지난해 탄생한 '살비'(Sarbi)다. 살비는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삽살개를 형상화한 것이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인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살비에 대해 알아봤다.
◆삽살개가 마스코트 된 사연
대구시를 대표하는 동물은 독수리다. 대구시는 1983년 진취적인 기상과 개척자적 시민정신을 나타내기 위해 시조(市鳥)로 독수리를 선정했다.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스코트 역할은 삽살개에게 돌아갔다.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시가 마스코트로 삽살개를 선택한 것은 대구경북이 삽살개의 메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대구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09년 말 마스코트를 공모했다. 당시 삽살개를 비롯해 독수리, 곰, 비둘기 등을 마스코트로 삼자는 제안서가 총 88건 접수됐다. 대구시는 지역 연고성'아이디어의 참신성'마스코트의 활용성 등을 기준으로 제안서를 평가해 삽살개를 최종 낙점했다.
삽살개는 지역연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의 토종개 삽살개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군용모피용으로 조직적으로 도살되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삽살개의 복원을 추진한 것은 지역의 대학 교수들이었다. 1960년대 말 경북대 교수들이 복원작업을 시작했고 1985년에는 하지홍 경북대학교 유전공학과 교수가 경산시 하양읍 대조리에서 체계적인 보존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삽살개는 1992년 3월 7일 '경산의 삽살개'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삽살개의 특징을 이용한 아이디어의 참신성도 좋았다. 삽살개는 친화력이 좋고 몸놀림이 민첩하다. 삽살개의 친화력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민첩함은 육상선수권대회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 활용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대구시가 디자인 전문가를 초빙해 자문을 구한 결과, 삽살개는 대회를 알리는 픽토그램(그림문자) 개발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스토리텔링 대상으로도 높이 평가됐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성뿐 아니라 삽살개가 갖고 있는 의미 또한 남달랐기 때문. 삽살개의 이름을 풀어 쓰면 '액운(煞'살)을 쫓는(揷'삽) 개'가 된다. 삽살개가 귀신과 액운을 쫓는 영험한 개로 알려진 이유다. 대구시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액운을 막아주고 신기록 달성을 가져다주는 일종의 부적 역할을 하는 행운의 마스코트로 삽살개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살비 캐릭터에 담긴 의미
살비 캐릭터는 디자인전문업체인 CDR이 제작했다. 삽살개 특징을 잘 살리면서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됐다. 살비 머리는 파란'초록'분홍'노란색으로 장식돼 있다. 2004년 대구시가 정한 도시브랜드 '컬러풀 대구'에 등장하는 색으로 파란색은 스마트한 도시, 초록색은 쾌적한 친환경도시, 분홍색은 다양성이 살아 있는 문화예술도시, 노란색은 열린 마음을 가진 관광도시를 상징한다.
살비라는 이름은 삽살개에서 따온 '살'과 친근한 어감을 주고 웅비를 상징하는 '비'가 합쳐진 것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지난해 4월 마스코트를 공개하며 이름을 '사비'(Sabi)로 정했다. 하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협의 과정에서 같은 이름의 상품이 유럽에 이미 등록돼 있는 것이 확인돼 마스코트 명칭 결정을 유보했다. 조직위는 곧바로 마스코트 명칭 공모에 나서 1천725건을 접수받아 시민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살비로 확정했다.
◆사자를 닮았다?
최근 다섯 살 딸 아이와 대구수목원을 찾은 이성우(43'대구시 남구 이천동) 씨. 그는 수목원 한쪽에 자리 잡은 살비 캐릭터를 보고 딸 아이에게 '무엇 같아?'라고 물었다. 그러자 딸 아이는 "사자"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 씨는 "사자가 아니고 강아지야"라고 설명을 해 주었지만 딸 아이는 끝까지 사자라고 했다. 이 씨는 "편견 없이 사물을 보고 느낀 대로 대답하는 아이들의 눈에 사자로 비쳐졌다면 캐릭터 표현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삽살개라는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저 역시 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살비를 처음 본 사람들 가운데 사자를 먼저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인 권준호(38) 씨도 처음 살비 캐릭터를 보았을 때 사자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두고 삽살개 특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만수 대회조직위원회 기획팀장은 "삽살개가 눈까지 덮을 정도로 털을 많이 갖고 있어 생긴 오해인 것 같다. 살비가 삽살개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종 행사에 삽살개를 동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달 12일 열리는 제7회 대구국제육상대회 식전 행사에 살비 캐릭터와 함께 삽살개가 출연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대회 홍보의 첨병 살비 캐릭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붐 조성에 살비 캐릭터가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23, 24일 엑스코에서 열린 제5회 대구애완동물용품전에 홍보관을 마련,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살비 캐릭터를 이용해 전국 순회 로드쇼도 펼치고 있다. 3월 27일 시작된 로드쇼는 50일 동안 서울'대전'광주'부산'울산'포항'경주'인천 등 10개 도시를 돌며 진행된다. 현재 서울, 인천 등 6개 도시에서 로드쇼를 마친 상태. 이달 10일에는 울산, 17일에는 부산, 18일에는 포항, 25일에는 경주에서 로드쇼가 예정돼 있다.
살비 캐릭터는 대구를 방문하는 귀빈들을 영접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3월 대구를 방문했을 때 꽃다발을 증정한 주인공은 바로 살비 캐릭터였다. 대구시는 대회 개최 D-100일인 이달 19일을 기해 살비 캐릭터를 활용한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기원 D-100일 음악회에 살비 캐릭터를 출연시키고 대구백화점 앞에 육상홍보관도 설치한 뒤 살비 캐릭터를 통해 대회를 알릴 계획이다. 또 살비 캐릭터는 6월 4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출연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릴 예정이다.
◆살비 캐릭터 모델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인기를 한몸에 받는 살비 캐릭터 모델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대구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는 영남대에 재학 중인 정병수(26) 씨 등 12명으로 모두 남자다. 대부분 보통 체격을 갖고 있다. 체격이 좋거나 왜소할 경우 캐릭터 인형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대회가 한여름에 열리는 점은 감안해 통풍이 잘되는 소재로 캐릭터 인형을 제작했다. 하지만 대회기간 동안에는 캐릭터 인형을 쓰고 30분 이상 활동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활동하게 될 모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살비 캐릭터 모델로 활동하는 데는 여러 가지 고충이 뒤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생리적인 현상 해결. 캐릭터 인형을 쓰고 나면 벗는 것이 쉽지 않아 생리현상이 발생하면 참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원봉사자들은 캐릭터 의상을 입기 전에는 물도 잘 안 마신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살비 캐릭터가 더욱 빛이 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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