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親李 침몰 신호탄…개혁요구 거세질듯

원내대표 경선 '반란'…소장파·비주류로 권력 이동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인 황우여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인 황우여'이주영 의원이 당선된 가운데, 이상득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의 변화가 시작됐다. 한나라당 당원들의 환호성과 국민들의 감동이 느껴지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이재오 특임장관 계열인 안경률 의원과 친이상득계인 이병석 의원을 무난히 꺾고 당선된 것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일부에서는 '반란'이라고 할 수준이었다. 2차까지 가는 선거였지만 의외로 싱겁게 승부가 갈렸다. 황 의원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나라당 의총장은 환호 분위기였다. '철옹성'처럼 견고해 보이던 '실세'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내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한나라당은 쇄신의 길을 선택했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소장파들이 이번 반란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당장 여권 내 역학구도가 수도권 소장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최고위원회의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두 달 안에 치러야 할 전당대회에도 여파가 만만찮게 이어질 전망이다. 소장파의 득세는 청와대와 이 장관 등 지금껏 정국을 좌우하던 주도세력의 2선 후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당'청관계 변화 등 여권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목소리 커지는 소장파

친이재오계의 원내대표 장악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 한나라당 개혁소장파들의 목소리는 한껏 고조될 전망이다. 다음 목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껏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구성문제는 여권 핵심에서 흘러나오는 소문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나 정의화 국회부의장, 박세일, 윤여준 전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정도였다.

그러나 소장파들은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6일 당 쇄신을 위한 새로운 연합 결사체인 '새로운 한나라'를 결성,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민본 21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초'재선 의원과 조원진, 구상찬, 김선동 의원 등의 친박 초선은 물론 남경필, 권영세, 나경원, 정두언 의원 등의 중진급 및 재보선을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김태호 의원까지 가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분간 당 개혁을 이끌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비대위 구성에서부터 전당대회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어서 향후 이 장관 측과 본격적인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위축이 불가피한 이재오 장관

이번 경선은 사실 지금껏 당 운영을 좌지우지해 온 이 장관과의 한 판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장관 측과 소장파들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당초 이 장관 측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도 자파의 안 의원이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장관 측의 한 인사는 "당이 변화하라는 요구가 강했다"면서도 이 장관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국 이번 경선 결과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이 장관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27 재보선 참패 직후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자신에 대해 '2선 후퇴론'이 제기되자 분노와 배신이라는 등의 용어를 동원,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던 그로서는 자신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 재보선 기간 중 두 차례 자파모임을 소집, 결속을 다짐했지만 결과적으로 재보선 참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마저 고배를 마신 것은 이 장관이 그동안 당운영을 좌우해 온 데 대한 동료 의원들의 '비토'와 다름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 장관이 당장 거취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이 특임장관직을 벗어던지고 당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친이계의 분화 전망

4'27 재'보선 패배와 원내대표 경선의 결과 때문에도 친이계의 분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경선에서 친이재오계의 결속이 1차 투표에서 58표에 이르렀지만 2차 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33표가 대거 황우여 의원 쪽으로 쏠렸다. 이는 친이계가 이재오계와 이상득계로 분화되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홍준표 최고위원의 지적처럼 "이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라기보다는 정치적 동업자적 관계에 있는" 이 장관 계보 인사들이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점점 약화되면서 뿔뿔이 흩어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도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의 행보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특사로 나선 박 전 대표가 대선행보에 나서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귀국 후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영향력 약화는 박 전 대표의 조기 대권행보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행보

신임 황우여 원내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장파 및 당내 반(反)이재오 분위기에 편승해 당선된 황 원내대표는 당 쇄신과 개혁 및 당청관계 개선과 소통, 계파화합 등의 당내 과제와 함께 6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황 원내대표는 4선의 중진의원이지만 지금껏 이회창 총재 시절 잠시 주목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주도적으로 정치적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당연히 청와대와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황 원내대표가 이제부터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받게 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당 안팎의 현실은 황 원내대표의 앞길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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