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기요금 연동제, 원가 거품부터 걷어라

정부가 7월부터 발전에 들어가는 연료비의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해져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 고통에 허덕이는 서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연동제의 명분은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전기 과소비를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다. 현재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93.7%에 그쳐 전기를 팔면 팔수록 한국전력의 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이 지식경제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전은 2008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전기요금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연동시켜 한전의 적자 누적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이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하는 것은 원가 인상 부담을 인건비 절감 등 경영합리화를 통해 흡수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원가에 거품이 없는지부터 상세히 점검해야 한다. 만약 원가가 부풀려져 있다면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한전이 3년 연속 적자인데도 직원들은 두둑한 성과급을 챙기고 있다는 것은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전체예산에서 인건비 등 이른바 '관리가능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외에 불과해 이런 비효율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힘들다며 한전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그런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도 의심스럽거니와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런 거품을 없애는 노력부터 먼저 한 다음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 동의를 구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연동제가 시행된 후 연료의 국제가격이 내리면 전기요금도 인하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가까운 일본의 예에 비춰 기대하기 힘들다. 일본은 90년대부터 발전연료비가 내리자 여론에 따라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 2007년까지 분기별로 총 39차례 요금을 조정했지만 요금이 인하된 것은 7차례에 불과했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제3의 독립기관이 결정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지식경제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제도 아래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전의 고통분담 없는 전기료 인상은 국민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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