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남성(男性) 전사? 잔 다르크

1429년 오늘 영국군 공세 앞에 떨고 있던 전략 요충지 오를레앙을 잔 다르크(1412~1431)가 해방시켰다. 프랑스 기사들은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겨 작전 회의나 전투에 참여시키지 않았으나 그녀는 사령관의 지시를 무시한 채 주민들을 설득해 스스로 깃발을 들고 최전선에 뛰어들어 영국군을 격파했다. 백년전쟁의 전세를 프랑스 쪽으로 돌려놓은 이 전투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용맹스러웠다고 한다.

현대 과학은 이런 용맹성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때문이었다고 추정한다. 화형당하기 전 그녀를 진단한 의사의 소견서를 토대로 내린 현대 의학자들의 결론이다. 현재 바티칸에 보존되어 있는 그 소견서에 따르면 그는 몸에 털이 전혀 없었고 일생 동안 한 번도 생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미뤄 그녀는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생식선이 여성화하는 희귀병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현대 의학자들의 설명이다. 생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그녀는 자궁이 없는 대신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는 작은 고환을 갖고 있었으며, 이로 인한 호르몬 대사 이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과잉 생성됐고 그것이 잔 다르크를 용맹한 전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를레앙의 성처녀'가 사실은 남자였을지도 모른다니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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