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의 가정] ①입양, 새로운 행복 출발

가슴으로 아이 낳은 기쁨, 왜 몰랐을까

딸 문지를 입양한 정현보 씨 가족은 새로운 삶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딸 문지를 입양한 정현보 씨 가족은 새로운 삶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까까까까꿍~ 문지야, 아빠만 보지 말고 엄마도 좀 봐요."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도원동의 한 아파트. 김명옥(47'여) 씨는 딸 문지(1)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빠가 더 좋으니까 그렇지. 허허." 아버지 정현보(53'대구시청 공무원) 씨는 활짝 웃으며 문지 볼에 입을 맞췄다.

집안 곳곳에는 문지를 위한 부부의 사랑이 녹아 있다. 현관에는 유모차가 있고, 거실 장식장은 문지 사진들로 도배돼 있다. 정 씨 부부는 문지를 '가슴'으로 낳았다. 문지는 지난 1월 정 씨 부부의 진짜 딸이 됐다.

이들 부부가 처음부터 입양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3월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첫째 무창(24) 씨와 군복무 중인 둘째 문창(22) 씨 등 아들 2명이 있기에 입양은 남의 집 일이었다.

하지만 아내 김 씨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위탁모' 봉사를 통해 문지를 만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김 씨는 "아이가 새근새근 잠자고 까르르 웃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다른 집에 보내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과 의논해 입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대도 있었다. 처음에 첫째 무창 씨가 "부모님 연세도 있고 하니 입양하지 말자"며 만류했다. 반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 달 동안 문지와 얼굴을 맞대고 살자 정이 든 무창 씨가 "내 여동생 해야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문지가 새 식구가 된 뒤 여동생을 사랑하는 오빠들의 마음이 정 씨 부부를 앞설 정도다.

정 씨는 "호주에서 매일 전화해서 문지를 바꿔 달라고 한다"며 웃었다. 둘째 문창 씨도 미니홈피에 문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주변인들에게 오빠의 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문지는 가족을 엮어 주는 '사랑의 다리'가 됐다. 가족 사진 한 번 찍지 않았던 식구들은 무창 씨가 호주로 떠나기 전 처음으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부부는 딸을 위해서 10살이 되면 입양 사실을 알릴 생각이다. 대신 문지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알려줄 생각이다. 환하게 웃는 문지와 정 씨의 모습이 붕어빵처럼 닮아 있었다.

최대병(51) 씨는 2001년 은비(11'여)에 이어 2007년 아들 은총(5)이를 입양했다. 최 씨는 아이들에게 입양 사실을 감추기보다 당당히 밝히는 쪽을 택했다. 그는 "아이들을 더 일찍 입양해 이 행복을 빨리 누렸으면 좋았을 텐데 결혼한 지 14년이 돼서야 아이들을 입양한 것이 뒤늦게 후회가 된다"며 입양을 적극 추천했다.

대구경북에서 국내 입양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성별 간 편차가 심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입양 아동 수는 132명으로 5년 전인 2006년(102명)에 비해 29.4% 증가했다. 하지만 여아 입양은 늘고 있는 데 비해 남아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06년 63명이었던 여아 입양은 지난해 102명으로 61.9% 증가했지만 남아는 같은 기간 39명에서 30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홀트아동복지회 대구아동소 황운용 소장은 "우리 상담소에 여아 입양을 원하는 부모는 40명 넘게 대기하고 있는데 남자 아기를 원하는 가정은 단 한 곳밖에 없다"며 "'아들보다 딸이 더 잘한다'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딸을 찾는 부모만 늘고 있어 한국에서 부모를 찾지 못한 남자 아기는 대부분 해외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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