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컵라면 때우고 새벽까지 줄서" 구미 3일째 단수

[르포] 구미 3일째 단수…시민들 패닉상태

구미시 해평면 낙동강 광역취수장의 가물막이 보가 붕괴돼 구미시 전역에 물 공급이 중단되자 인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인동119센터 소방차로부터 급수받은 물을 받아가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구미시 해평면 낙동강 광역취수장의 가물막이 보가 붕괴돼 구미시 전역에 물 공급이 중단되자 인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인동119센터 소방차로부터 급수받은 물을 받아가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구미지역 일부 식당들이 8일 오전부터 3일째 단수로 인해 문을 닫았다.
구미지역 일부 식당들이 8일 오전부터 3일째 단수로 인해 문을 닫았다.

구미 지역에 단수가 삼일째 이어지면서 시민들과 기업체들이 물을 구하지 못해 패닉상태에 빠졌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는 9일 8만여t의 물을 생산해 일부 지역에 공급하던 생활용수 중 3만여t을 예고없이 공업용수로 전환하는 등 어이없는 수습책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9일 밤 8시 구미 남통동 A아파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비상급수 차량이 아파트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주민들은 어르신과 아이들까지 동원해 물을 담을 수 있는 물통을 들고 순식간에 100m가량 줄을 섰다. 물을 받으려는 주민들의 줄은 자정을 넘겨 1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초등학생 아들과 물을 받으러 나왔다는 김현숙(37'여) 씨는 "집에서 물을 담을 수 있는 주전자까지 모두 가지고 나왔다"며 "물이 없어 밥은 못 해 먹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무거운 물통을 실어 나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푸념했다.

같은 날 밤 9시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B기업체 직원 200여 명은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비상대기를 하고 있다. 하루 종일 공업용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공장 가동을 멈췄다 가동하기를 반복하면서 직원들이 퇴근을 못하고 있었다.

대형마트와 SS마트, 편의점 등에는 확보해 놓은 생수까지 이미 동이 난 상태이다. 각 읍'동에 설치된 민방위비상급수시설 26개 소에는 물을 받으러 온 시민들이 하루종일 장사진을 쳤다.

주말 연휴를 마치고 월요일 첫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길 시민들이 수돗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저수탱크가 없는 다세대주택과 주택밀집지역 등은 단수 피해가 더 컸다.

게다가 9일 오전 11시까지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말만 믿고 있었던 시민들은 저녁까지 물이 나오지 않자 구미시청을 비롯해 한국수자원공사, 언론사 등에 확인 및 항의 전화가 잇따랐다.

구미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와 한국수자원공사, 언론사 등에는 "50만 시민이 한국수자원공사의 안이한 대처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물이 공급되려면 3, 4일 이상이 걸린다고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줬으면 대처했을 것 아니냐"는 항의성 글이 수백 건이 올랐다.

8일 오전부터 단수가 시작되면서 물을 많이 쓰는 업종인 세탁소와 세차장, 이'미용실, 식당 등은 아예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휴업하는 지 모른 채 점심시간에 식당에 들렀다가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학교와 기업체는 급식과 점심을 생수를 구해 겨우 해결하기도 했다.

형곡동 C 횟집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어 물이 나올 때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며 "단골 고객들에게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휴업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송정동 D 세차장은 "불경기에 며칠간 영업을 하지 못하게 돼 손해가 크다"며 "물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세차장을 가동할 수 없어 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10일 석가탄신일을 겸해 구미를 떠나는 시민들도 있다.

형곡동 이모(42'회사원) 씨는 "물도 나오지 않고 연휴도 되고 해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올 경우 임시로 설치한 양수기 등을 이동시켜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며칠간 생활 및 공업용수 공급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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