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 3월 26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유럽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핵 포기 문제에 대해 북한이 진정하게, 확고하게 하겠다는 의견을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핵안보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대하겠다는 제안을 한다"며 "이는 북한의 미래를 위해 매우 좋은 기회이며, 국제사회에 나오게 되면 북한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6면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 제안의 전제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국제사회와 합의를 이룰 때"라면서 "그 진정성의 전제로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이미 청와대는 김 위원장 초청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도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인다면 북핵문제는 물론이고 남북관계에서도 역사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을 방문하는 일이 사상 초유인데다 핵정상회의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핵안보정상회의 초청의 전제조건으로 국제사회의 비핵화 합의와 더불어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금까지 미국을 상대로 한 '북미대화'를 통한 포괄적인 북핵문제 타결을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내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겠다는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은 10일 오전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서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볼스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호르스트 텔칙 전 서독 총리 외교보좌관, 외르크 쉔 봄 전 국방차관 등 독일 통일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한 뒤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독일의 주요 기업 CEO들과 라운드테이블을 갖는 등 다음 순방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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