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 구할 비대위가 '갈등 근원'으로

한나라 비대위 구성 놓고 계파간 힘겨루기 계속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변화와 쇄신은 내가 주도해야 한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 온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과정에서 '누가 주체가 되느냐'를 두고 당내갈등이 폭발하고 있고 주류와 비주류는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두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안상수 전 대표최고위원 등 전 한나라당 지도부는 4'27 재'보궐선거 다음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마친 뒤 최고위원들이 총사퇴 할 뜻을 밝혔다. 실제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7일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12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한 뒤 8일 모두 사퇴했다.

그런데 당내 소장파들이 비대위 구성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며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소장파들은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지도부가 향후 당을 이끌 '비대위'구성에 간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6일 의원총회에서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당을 이끄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보선 참패 이 후 한나라당의 진로를 두고 고심한 의원들의 총의를 담은 선거결과가 향후 당 운영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당내 소장파와 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된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 준비는 물론 당의 쇄신방안 전반을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4'27 재'보선을 통해 기존과 전혀 다른 한나라당의 모습을 원하는 국민들의 의지가 확인됐다"며 "당이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에서는 '소장파들의 요구가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하고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따라 구성된 만큼 더 이상 비대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내대표가 비대위장을 맡는 것은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며 "소장파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당 혼란을 막기 위해 좀 자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더불어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아주 제한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주류 측에서는 이 같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9일 황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했으나 황 원내대표가 응하지 않았다. 황 원내대표는 "지금 만나서 크게 나눌 말이 없다"며 "분출하고 있는 당 내외의 쇄신요구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한데 모시기에 적절한 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장파와 친이계의 힘겨루기 과정을 지켜보던 친박계도 소장파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친이'친박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11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안에 대한 승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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