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간에 서로 감사하고 축하해주는 날들이 모여 있어 자연스럽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족과 회사와의 관계를 되짚어 보면 과거 경제개발시기에는 지금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면서도 그 때문에 가족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한국형 아버지 한정수가 겪게 되는 가족과의 갈등, 췌장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가족에게 보이는 눈물겨운 사랑을 주제로 어려운 시대를 이기고 가족을 지켜 낸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애달픈 삶을 그린 화제작 '아버지'의 내용과 같이 아버지들은 불철주야 일에 매진하는 삶을 살았으며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인한 가족의 희생과 헌신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사회는 가족의 가치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맞벌이 가정의 보편화로 아버지에서 가족중심으로 가정의 역할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 세대의 직업 선택기준이 경제적 측면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과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로 가치가 변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잘 나타내듯 지난 5월 2일 대통령께서도 라디오 인터넷 연설에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가족친화적인 문화조성을 주문했습니다. 이는 기업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가족친화경영이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대한민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도 가족의 마음을 얻어야 인재를 얻는다는 인식에 따라 가족친화경영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으나 아직은 전략적이기보다는 복리후생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가집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가족친화경영은 탄력적 근무제, 출산 지원, 직장보육시설 어린이집 운영, 자녀학자금 지원, 정시 퇴근 장려,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 행사 등 근로자가 직장과 가족 영역의 일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기업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경영전략입니다. 이는 1970년대 중반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국가주도의 복지정책 일환으로 도입된 후 여성의 사회진출, 저출산 추세 등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경영에서 그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친화경영을 통해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고 또한 이직률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가족친화경영은 산업재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여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직무 몰입과 창의력 증진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 '헤르티에재단'에 의하면 가족친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생산성이 3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의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3분의 2이상이 숙련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가족 친화적 프로그램을 제도화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지만 프랑스 속담에는 '가정은 국가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듯, 가정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는 말입니다. 즉 가정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가정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 입안과 제도적 장치, 기업의 적극적인 가족친화경영과 아울러 당사자인 가족구성원의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행복한 가정을 넘어 국가의 심장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기업문화는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넘어 '일과 생활의 조화'(Work-life harmony)를 이룰 수 있는 가족친화경영의 시대입니다. 때마침 5월 30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가족친화기업 인증설명회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지역 기업들도 가족친화기업 인증에 적극 참여해 일과 생활이 조화로운 기업문화가 조성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충곤(에스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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