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삽을 뜬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공사 중반을 넘어서면서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낙동강'이 친수공간으로 새롭게 다가설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서울 업체의 건설 공사 독식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낙동강 사업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도 점차 차갑게 변하고 있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당초 기대와 달리 지역 경제에 주는 것 없이 상처만 남기고 있다.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대형 공사가 '지역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의 독식 구조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지역 경제 부양 효과는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지역 건설사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외치던 정부가 경제논리만 내세워 수도권 대형 업체에 공사를 몰아주면서 낙동강 생활 경제권을 오히려 더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는 것 없이 상처만…
4대강 살리기 공사는 대구경북 낙동강 생활권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낙동강에서 모래 등 골재를 채취해 건설업체에 팔던 지역 골재채취업체부터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준설공사가 대기업 협력업체 위주로 진행되면서 기존 골재채취업체의 물량이 끊겨버린 때문이다.
낙동강 골재채취업체는 대구경북 33개사, 부산경남 21개사 등 모두 54개 업체. 이 가운데 10개 업체가 겨우 살아남았을 뿐 나머지 44개 업체는 골재채취허가가 중단되고 준설공사에도 참여하지 못해 운영이 중단됐다. 급기야 지난해 6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지역 골재채취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대구 달성, 구미, 상주, 김해 등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의 어민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강물이 탁해져 물고기가 사라져 버린 것. 그마나 겨우 건져 올린 물고기도 상품성이 없어 어부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2009년 4대강 살리기 사업 출발 당시 '일자리 34만 개 창출, 생산유발 효과 40조원'이라던 국토해양부 전망마저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
서울 업체 독식 구조가 갈수록 심화돼 모든 경제 효과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
지난해 4월 한나라당 4대강 살리기 중간점검 당정회의에서조차 지역기업 홀대 문제가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지난달 6일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의 조사 결과 지방 건설업체는 도급과 하도급 모두에서 참여율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급액의 경우 해당 지방 업체는 전체 8조3천430억원 중 4.2%인 3천493억원만 수주하는 데 그쳤으며, 하도급 역시 지방업체 수주액은 전체 3조5천602억원의 12.5%인 4천452억원에 불과했다.
◆지역 업체 외면하는 정부와 대기업
국토부는 "대형 턴키공사의 지분 20%를 지역 건설업체에 의무 배당하고, 하도급 공사는 절반을 지역 업체에 주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업체들은 "국토부가 말하는 지역 업체의 대부분은 소재지를 지방에 두고 있는 대형 건설사일 뿐 정작 해당 지역 업체들은 참여할 기회가 없다"고 허탈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해양위의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병)이 국정감사에서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중 한강살리기 사업의 충북 지역 공구에서는 충북 소재 건설 업체가 원도급 공사의 73.5%, 하도급 공사의 100%를 수주하는 등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데 반해 대구는 낙동강 구간의 원도급과 하도급 공사의 각각 9%와 5%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 업체의 원도급액은 총액 3조9천982억원 중 1천969억원에 그쳤고, 하도급액도 총액 1조3천73억원 중 370억원에 불과했다. 부산경남 업체들이 대구경북 공구에서도 적잖은 공사를 맡은 반면 대구 업체는 부산경남 공구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조원진 의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수량 확보와 수질 개선이란 목표도 있지만 영남권의 경제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지역 업체들이 소외받으면서 지역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조속히 지역 업체를 배려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익부 대기업 빈익빈 지역 건설업체
지역 건설업체들은 설령 공사를 따낸다 하더라도 오히려 손해를 볼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4대강 살리 사업의 경제적 이익을 수도권 대기업이 독식하는 반면 자본'기술력에서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는 지역 건설 업체들은 헐값 입찰이나 출혈 경쟁에 내몰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
지난 2월 15일 경실련은 '작업일보'를 통한 인력과 장비 투입 실태분석 결과 정부와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를 계약한 대기업 원청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경실련이 분석한 작업일보는 총 80개 사업장의 2010년 6월 말까지 자료로, 계약금액(5조5천억원)은 국토해양부 발주 총액 7조8천억원의 70%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와 원청기업 간 계약 내용과 실제 투입 인력을 비교한 결과, 인력과 장비가 계약 내용의 30~40%밖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경실련의 주장대로라면 5조5천억원 공사계약을 따낸 원청 대기업들은 3분의 1에 달하는 1조8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은 "원청기업은 실제 공사비보다 잔뜩 부풀린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해 놓고 실제 시공분야를 담당하는 하청기업에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활용해 시장가격 이하 수준으로 하청계약을 맺어 손쉽게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수도권 원청 대기업은 공사 입찰 과정에서도 담합 의혹을 받고 있다.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를 수주한 수도권 대기업들이 90%가 넘는 높은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기록하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의혹 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실제 구미3지구 27공구의 경우 공사예정금액인 597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5억원(49.4%)에 경북과 대전업체가 낙찰받아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사에 참여하는 반면 턴키공사로 발주된 칠곡보 사업(24공구) 경우 공사예정금액인 3천847억원의 99.3%인 3천281억원에 대기업 컨소시엄이 낙찰을 받아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있었는데 정작 모든 경제적 이익은 수도권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며 "정부는 실천 방안 없이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국책사업에 해당 지역 업체를 배려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미련해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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