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실직자·은퇴자가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기준이 달라 실직자와 은퇴자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가 된 130만 명 중 64만 명의 월평균 보험료가 3만 6천715원(본인 부담)에서 8만1천519원으로 2.2배가 됐다고 한다. 가히 '건보료 폭탄'이라고 할 만하다.

이유는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사업'임대, 이자'배당 등 종합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보험료를 매겨 종합 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입이 없는 실직자나 은퇴자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 1채와 중고 승용차 1대만 있어도 직장가입자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반면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대부분 보험료 부담이 크게 줄었다. 2003년 7월 근로자 5인 미만의 병'의원과 약국, 법률사무소 등을 직장가입자로 전환하도록 한 조치에 따라 직장가입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소규모 사업장의 사회보험 가입을 유도해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했다. 재산, 이자'배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소득 전문직이 근로소득에만 건보료를 내도록 만든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고소득자의 건보료 부담을 합법적으로 줄여준 셈이다.

이는 불공정을 떠나 명백한 모순이다.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실직자나 은퇴자의 경우 직장을 구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건보료를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재산 건보료 비중을 크게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소득 계층별로 지역건보료 부과 기준을 재설정해 하위 20% 저소득층은 일정액의 기본 보험료만 부과하고 직장가입자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이나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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