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전용극장이란 뮤지컬을 위주로 장기공연이 가능하고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에 맞는 화려한 무대 구현이 가능하면서 오케스트라 피트 등 뮤지컬 공연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갖추어진 극장을 말한다.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었던 것 중 하나가 뮤지컬 전용극장의 건립이었고 한국 뮤지컬계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 '오페라의 유령'의 흥행 성공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기에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 뮤지컬의 경우 그 제작비를 회수하고 이윤을 남기려면 장기 공연이 필수적이다. 외국에서도 대자본을 들인 작품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몇 년씩 장기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한정되어 있어 극장 대관부터가 '하늘의 별 따기'일 뿐 아니라 1년 이상 장기 대관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2003년 '캣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의 경우 장기대관이 어려웠던 지방과 서울의 대관 현실 때문에 그 대안으로 천막극장인 빅탑시어터를 들여오기도 했었다. 이렇듯 공연장 대관 자체가 어렵다 보니 작품에 맞는 공연장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관 일정이 나오면 거기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거나 공연장에 맞게 작품을 수정하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다.
또한, 한정된 대관 날짜에 공연 횟수를 늘리려다 보니 충분한 리허설을 거치지도 못한 채 공연을 올리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창작 뮤지컬의 경우에는 공연이 리허설이 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 호흡이 맞을 때쯤엔 막을 내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대두되는 것이 뮤지컬 전용극장의 필요성이다. 뮤지컬 전용극장은 장기공연을 가능케 하고 연간 스케줄 관리와 고정 레퍼토리 시스템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충분한 리허설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의 수정, 보완이 가능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뮤지컬계의 숙원사업이었던 뮤지컬 전용극장에 대한 갈증이 올해 들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만 서울에 3개의 뮤지컬 전용극장이 문을 열게 되면서 뮤지컬계의 지형도가 바뀔 전망이다. 대성의 디큐브아트센터(9월 예정)가 신도림역에, 인터파크의 쇼파크(11월)가 한남동에, CJ엔터테인먼트의 CJ아트센터(12월)가 대학로에 문을 열게 되면 기존의 샤롯데시어터를 포함해 뮤지컬 전용극장은 4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로써 뮤지컬 제작자들도 대관에 숨통이 트이게 되어 좀 더 다양한 뮤지컬 작품들이 무대에 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장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게 될 뮤지컬 전용극장들의 개관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디큐브아트센터는 '맘마미아', 쇼파크는 '조로', CJ아트센터는 창작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를 개관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뮤지컬 전용극장들이 속속 문을 열게 되면 공연장이 없어 공연을 못 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붐처럼 생겨나는 공연장들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앞으로 공연장들은 그곳을 채울 콘텐츠를 걱정해야 될지도 모른다. 최적의 환경에서 장기 공연이 가능한 뮤지컬 전용극장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장기공연이 가능한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 문을 열게 될 뮤지컬 전용극장들은 각종 뮤지컬 관련 자료들과 뮤지컬 관련 음반, 기념품 등 관객들을 위한 폭넓은 서비스 공간을 확보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유하고 상상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대구에도 우여곡절 끝에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이 결정되었으나 대구시와 민간사업자 간의 견해 차이로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원만한 협상을 통해 대구에도 외관이 화려한 극장이 아니라 뮤지컬 제작 스태프, 배우들은 물론이고 관객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제대로 된 뮤지컬 전용극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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