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식사해결이 힘든 어르신들이 많은데 팔순잔치에 많은 돈을 쓰는 것보다 어려운 이웃들과 나눔에 동참하는 일이 더 보람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날을 5일 앞둔 3일 달성공원 무료급식 장소에 '정현교 위원 팔순기념 사랑의 급식'이라 붙은 플래카드 한 장이 눈에 확 들어온다.
경산시 중산동 정현교(80) 할머니는 12월 팔순을 앞두고 잔치비용으로 어르신들과 나눔을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녀들이 마련한 500만원으로 달성공원에서 지역 어르신 600여 명에게 따뜻한 점심을 대접했다.
이날 점심에는 한우 쇠고기국에 김무침, 김치, 까만 콩을 박은 쫀득한 백설기 등이 단연 인기메뉴였다.
평소 자원봉사활동으로 하는 공원무료급식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한 끼 식사해결이 얼마나 힘든지 지켜본 정 할머니는 "어려운 시기에 팔순잔치를 벌인다는 게 마음에 걸려 자식들을 설득해 잔치비용을 소외계층을 위한 한 끼 식사대접과 효 잔치에 후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날 점심 대접에는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자녀들을 대신해 적십자사봉사회 여성봉사활동자문위원들 20여 명이 참석하여 자녀 노릇을 대신하였다.
이날 점심급식을 받은 이화자(81'북구) 어르신은 "날씨가 좋아 친구와 볕도 쏘이고 담소도 나누려고 왔는데 인생 마무리를 잘하는 것을 보니 아주 부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인다.
정 할머니는 적십자사봉사회 봉사활동자문위원(원로봉사원들로 구성돼 현장 자원봉사활동보다는 후배 봉사원들을 위한 행사 지원금을 지원하는 단체)으로 후배 봉사원들을 위한 행사지원이 늘 즐겁다.
또한 한뜻(한마음 한뜻)장학회를 조직해 20년간 후원한 장학생만도 35명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천만원에 달한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성공한 모습은 내 자식의 일처럼 보람되고 기쁘다. "어려운 이웃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정 할머니는 팔순의 나이에도 정기 건강검진 이외는 병원에 간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장남 김기석(55'영남대 교수) 씨는 "10년 전 칠순도 복지관 어르신들 대접하느라 변변한 잔치를 못해 드려 팔순에는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 싶었는데 23년간 몸에 밴 나눔이 잔치를 하는 것보다 더 즐겁다는 어머니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구순까지 건강하셔서 자식 효도 꼭 받으세요."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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