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살면서 가장 밑도 끝도 없는 얘기 중 하나가 '지역경제 활성화'다. 수십 년 전부터 지역의 화두(話頭)로 삼아 이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졌는데도 현재까지 그 결과물이 무엇인지, 탈출구는 어디에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엄청난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었던 탓인지 지역민들도 이제 걱정 반, 포기 반으로 탈진 상태에 있다. 이런 사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惡)현상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실업률이다. 엊그제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 동향'을 보면 대구경북의 성적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구경북 지역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만 3천 명이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청년실업률이다. 대구가 10.7%, 경북이 10.2%로 모두 10%를 넘어서면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이다. 전국 청년실업률 평균은 8.7%. 선진국의 경우 실업률이 1% 포인트만 올라가도 정권이 바뀔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지역의 미래가 얼마나 참담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지역경제에 생기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더 심각하다. 단순히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이 아니다. 대구 지역의 20대 인구를 보면 2006년에 38만 3천700명이던 것이 지난해는 34만 1천300명으로 4년 만에 11%나 떨어졌다. 30대 인구도 같은 기간에 9%나 줄어들었다. 젊은 층이 이처럼 밀물처럼 빠져나가는데도 그들의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저히 발붙이기 힘든 '젊은이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문제는 또 있다. 지역 기업들은 되레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야단이다. 청년들은 일단 중소기업이라면 고개를 돌린다고 한다. 어렵사리 신입사원을 채용해도 대기업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이 몸에 배면 대부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방에서 가장 대학인력 인프라가 풍부한 이곳에서 이런 구조적인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퍼준다고 경제가 사는 것이 아니다. '청년들의 무덤' 앞에서 지역경제 앞날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우리는 다시 냉정해져야 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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