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높은 기상 간직한 마음…(중략)…달구의 빛이 되리 종로 어린이'
대구 사립초등학교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종로초교는 올해 개교 111주년을 맞았다. 이 학교는 1900년 대구부 남성정교회(현 제일교회) 구내 초가집에서 미국인 선교사 아담스(한국명'안의와)와 부인 부마태가 설립한 남자부 대남소학교와 여자부 신명소학교로 출발했다.
이후 1926년 남녀합병 희도보통학교로, 1946년 공립화를 거쳐 1996년 대구종로초교가 되기까지 8차례나 교명이 바뀌었다. 대구시 중구 서문로에 위치한 현재 교사(校舍)는 6'25전쟁 직후인 1954년에 자리 잡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종로초교엔 세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첫 번째 보물은 교정 동편에 우뚝 솟은 수령 400여 년의 회화나무. 예부터 회화나무는 선비나무라 불리며 집에 심으면 큰 학자가 난다고 믿었고, 집이나 마을 어귀에 심으면 귀신이 넘나들지 못한다고 여겼다. 이 나무는 둘레가 두 사람이 양팔을 벌려 잡을 정도이고 높이는 약 25m나 된다.
두 번째 자랑거리는 종로관 남쪽 창가에 진열된 희귀동물 박제물로, 과학시간 시청각자료로 활용됐다. 두 번 치면 공부시작, 세 번 치면 공부마침을 알렸던 종도 종로초교의 상징이다. 교정 현관 우측에 있는 이 종은 1957년 구입한 것으로 1971년 높이 5m의 철제종각이 설치됐다.
이주재(54'62회'DEC광학 대표이사) 총동창회장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모교가 계속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며 "총동창회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종로초교 총동창회는 1993년 결성됐으며 졸업동문은 올 2월 기준 2만2천여 명이다.
◆종로의 역사는 대구근대 역사
대구읍성 4대문 안에 있는 유일한 초교였던 종로초교의 현재 자리에는 일본 본정(本町) 소학교(1918년 개교~1945년 폐교)가 있었다. 해방 후 미 군정청이 3년간 주둔했고 대구지방법원, 대구농과대학(현 경북대 농대 전신)이 있다가 1954년 희도보통학교(종로초교 전신)가 옮겨 왔다.
서상만(50'66회) 사무국장은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모교 운동장에 소방서 망루가 설치돼 소방관들이 망원경으로 대구시내 화재를 감시했다"고 회상했다. 매일 정오가 되면 중부소방서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져 낮 12시를 알리는 시계역할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망루에 올라 대구시내 전경을 훔쳐보고 무용담을 자랑하곤 했고, 교문 양측에 있는 수령 100년이 넘은 향나무들은 본정 소학교 시절 이곳에서 수학한 일본인들이 찾아와 학창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됐다.
◆아! 그리운 그 시절의 추억
1960년대와 70년대 공립이었던 종로초교는 학교교육환경이 상당히 좋았다. 운동장에 수영장이 있어 학생들은 여름이면 이곳에서 물놀이를 했다. 현재는 넓이가 많이 줄어든 임간(林間)교실도 있었다. 임간교실은 교정 안 소나무 숲으로서 도심 속 녹지공간이었던 이곳에서 학생들은 대리석 쉼터에서 놀거나 낮잠을 자거나 공부를 하기도 하는 등 많은 추억거리를 갖게 하는 장소였다. 수영장은 현재 정구장으로 변했다.
한때 분식의 날이었던 매주 수요일에 도시락 검사를 하면 학생들은 학교 정문 앞 덕인당 빵집으로 달려가 빵을 사오기도 했다. 덕인당 빵집은 현재 횟집으로 변했지만 그 시절 학생들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였다. 덕인당 빵집과 함께 최근에야 문을 닫은 삼창문구사도 종로초교 동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장소 중 하나이다.
종로초교는 당시 한 학년 학급수가 6, 7학급 정도로 다른 초교 학생 수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다른 초교가 반창회 중심의 모임이 활발한 반면 종로초교는 총동창회 차원의 모임이 더 활발하고 응집력도 강하다.
◆대구 시내가 우리의 놀이터
학교가 대구시내에 자리한 덕분에 종로초교 동문들은 어린 시절 대구시내 지리와 골목 전경에 익숙했다. 특히 옛 종로호텔과 종로가구골목 및 대구시내 개원 병'의원 집 자녀가 많았던 동문들은 방과후 곽병원 부근과 서성로, 북성로, 향촌동 유흥업소 등을 놀이터 삼아 '이병놀이'와 숨바꼭질을 하며 뛰어놀았다.
하지만 모두가 부유한 집의 아이들은 아니었다. 종로초교 부근엔 1970년대 말까지 피란민 집단수용소였던 '대한 수용소'가 있었고 이곳 아이들도 종로초교에 다니면서 빈부격차로 인한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 사무국장의 기억에 따르면 가정방문을 통해 교사가 육성회비를 매긴 그 시절 종로초교엔 무상, 400원, 800원, 1천200원 등 4종류의 등록금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를 빛낸 동문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전 영부인이 38회와 44회 졸업생이다. '동무생각' '오빠생각'의 작곡가 박태준과 '고향생각' '희망의 나라로' 등의 작곡가 현제명도 졸업생이다. 정'관계엔 윤석용(57회), 조원진(64회)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허준영(58회) 코레일 사장, 홍양호(59회) 전 통일부 차관, 여희광(65회) 대구시청기획관리실장, 길홍근(66회) 주 벨기에 공사 등이 있으며 학계엔 신도길(52회) 대구대 교수, 이경희(66회)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의료계엔 임길웅(52회) 치과원장, 이재경(60회) 미주병원장, 배성익(73회) 덕영내과 원장, 최영철(73회) 참편한내과 원장, 이종협(73회) 수 성형외과 원장 등이 있다. 경제계엔 오순택(51회) 동일산업㈜대표이사를 비롯해 오유인(54회) 세명기업 대표이사, 송영태(57회) 태원철강㈜ 대표이사, 박영숙(71회) 여성IT기업인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 밖에 이창수(91'27회) 현 녹향음악실 대표도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종로초교 총동창회는 매년 2월 마지막 주에 신년회를 갖고 4월 마지막 주에 종로가족체육대회를 연다. 이어 6월 둘째 주에 정기 이사회 및 체육대회 결산보고회를 갖고 11월 셋째 주에 정기총회와 송년회를 갖는다.
현재 종로초교 총동창회 소모임 중 가장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모임은 종로산악회로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산행을 간다. 평균 참여 인원은 80여 명 정도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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