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 오후 3시, 대구시 중구 대봉1동 방천시장 골목 안. 희망실은 실버공연단이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을 구성지게 부르자 시장이 들썩거렸다.
"고등학교 시절 이웃집에 살던 대학생 누나를 짝사랑했는데 지금 생각이 나요. 장은숙의 '당신의 첫사랑' 신청합니다." 신청곡은 이동 노래방으로 신속하게 배달됐고 곧 시장통에 울려 퍼졌다.
쇠락의 길을 걷던 방천시장이 문화와 예술이 넘쳐 흐르는 장터로 확 변했다.
2009년 2월 '별의별 별시장' 예술프로젝트로 시작한 1차 사업에 이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을 지역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문전성시' 2차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새롭게 태어난 것.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방천시장을 비롯한 전국의 총 19곳에 각각 3억∼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화적 자생력을 갖추도록 지원한 결과다.
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상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대형 사진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통시장의 일반화된 모습과는 다르다. 오래된 벽과 가게 간판, 기둥, 바닥 등에 설치된 모빌과 그림이 그려져 있다, 특히 오래된 건물 벽에는 '톰과 제리'의 애니메이션이, 삼천포 생선 가게에 설치된 물고기 모형이, 대성상회 간판에는 고추와 참기름병 모형이 설치되어 인상적이다.
상인회 신범식 회장은 "방천시장은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신문팔이를 했으며, 양준혁 선수가 가방장사를 했던 아버지를 따라왔다가 골목에서 뛰어놀았고, 번개전파사집 아들 가수 김광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노래를 불렀던 역사가 있는 시장"이라면서"이곳 출신들의 옛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설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천시장이 이렇게 바뀐 데는 상인과 작가'주민들의 신뢰가 있었다. 2년 전 재개발 바람으로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보존하고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작가들이 대구시민회관 가림막 펜스 미술작품을 수주했다. 이달 말쯤 완성할 예정. 재정자립을 위해 홀로 서기를 선언한 것이다.
서상돈 중구청 문화예술과장은 "쇠퇴해 가던 방천시장이 상인과 예술인이 공존하는 문화예술시장으로 거듭나 앞으로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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