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를 넘어 초미니로….'
초미니 열풍이 불고 있다. 작은 것도 모자라 더 작은 것을 추구하는 초미니 열풍은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패션 분야는 초미니 열풍의 핵이라 규정해도 될 만큼 초미니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요즘 여성들 패션은 초미니가 대세다. 다리 미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초니미 패션이 대중적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초미니를 입지 않는 20대는 20대가 아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초미니 열풍을 들여다봤다.
◆지금 길거리에서는
9일 오후 젊음의 거리인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지나가는 여성 1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초미니 스커트 또는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초미니 스커트보다 활동성이 뛰어난 핫팬츠를 입은 여성들이 조금 더 많았고 레깅스 등을 받쳐 입은 경우도 눈에 많이 띄었다.
초미니 패션에 대한 선호도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20대 여성들은 70~80% 정도가 초미니 차림이었다. 긴 바지나 긴 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초미니 열풍은 10대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9일이 학교 재량 휴업일로 정해짐에 따라 사복 차림으로 시내에 나온 10대 학생들은 대부분 초미니 차림이었다. 초미니 옷을 입은 비율면에서 오히려 20대를 능가할 정도였다. 20대와 다른 점은 초미니 스커트를 입는 것이 부담스러운 때문인지 핫팬츠를 입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과감하게 초미니 스커트로 멋(?)을 부린 10대들도 간혹 있었다.
◆초미니에도 급이 있다
초미니라고 다 같은 초미니가 아니다. 미니에 가까운 비교적 점잖은 초미니가 있는 반면 어른 손 한뼘 길이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도 있기 때문. 미니와 초미니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패션업계에서는 편의상 길이가 30㎝ 미만이면 초미니로 분류하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요즘 주요 여성복 매장에서 판매되는 초미니 스커트 평균 길이는 24~25㎝다. 2007년에는 30㎝ 제품이 주를 이루었지만 2008년 28㎝, 지난해부터는 24~25㎝로 짧아졌다. 최근에는 22㎝ 제품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22㎝ 스커트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입을 수 없다고 한다. 길이가 너무 짧아 노출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팬츠도 과거에는 반바지보다 조금 짧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엉덩이 바로 아래 부분까지 옷단이 올라갔다.
스커트와 팬츠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서 여성들의 골반에 걸쳐진 옷은 아슬아슬한 상태까지 도달했다. 보는 사람 뿐 아니라 입은 사람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여성들은 가능한 한 짧은 스커트를 선호한다. 동아쇼핑 도크(DOHC) 매장 박경진 팀장은 "초미니 패션을 찾는 여성 고객들은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길이가 짧은 제품을 좋아한다. 입었을 때 길이가 어중간하면 다리가 굵어 보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원피스·속옷까지 슬림해져
초미니 패션이 유행하면서 스커트나 팬츠뿐 아니라 원피스도 짧아졌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원피스 길이는 2009년에 비해 평균 5㎝ 정도 줄어들었다. 요즘 많이 출시되는 원피스를 보면 긴 민소매 티를 연상시킬 정도로 짧다. 속옷은 슬림해지고 있다. 국내 한 속옷업체는 초미니 패션에 맞춘 기능성 속옷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 출시될 기능성 속옷은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 초미니 패션과 조화를 높인 것이 특징. 또 입었을 때 표가 잘 나지 않는 티팬티 등을 찾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동아쇼핑 비너스 매장 한경희 팀장은 "겉옷과 속옷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겉옷이 짧아지면 속옷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기온이 올라가 속바지, 레깅스 등을 받쳐 입기가 부담스러워짐에 따라 여성들이 가볍고 작은 속옷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초미니 바람을 타고 덩달아 교복까지 짧아지고 있다. 9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만난 한 여교생은 초미니를 방불케 할 만큼 짧고 몸에 꽉 끼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과거에는 교복을 접어 올리는 방법으로 길이를 짧게 했으나 요즘에는 아예 짧은 교복을 따로 구입하는 것이 추세라고 한다. 이 여고생은 "학교 갈 때 입는 교복은 헐렁할 뿐 아니라 길어서 멋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품과 길이를 줄인 외출용 교복을 마련했다. 요즘에는 학교용과 외출용 두 벌의 교복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초미니 패션 열풍 왜?
'아찔'과 '현란'의 경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초미니 패션이 난무하면서 이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직장인 김신우(39) 씨는 "도심에 직장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초미니 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을 많이 보게 된다.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민망하다는 것이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초미니 차림의 여성들이 있어 시선 처리도 쉽지 않다. 괜히 오해를 받을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시청자들도 초미니 패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TV에 비친 여자 연예인들이 '하의 실종 패션'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특히 한 방송국 리포트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자주 입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그녀는 짧고 타이트한 미니원피스를 입고 방송에 나섰다 속옷이 노출됐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초니미 열풍은 숙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름철을 맞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패션계에 초미니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기는 2, 3년 전이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연예인들이 일명 '하의 실종 패션'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초미니 바람은 열풍으로 바뀌었다. 박경진 팀장은 "연예인들을 따라 하려는 모방 심리와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초미니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경대 모델과 신상원 교수는 "초미니 열풍에는 여성들의 노출 심리가 깔려 있다. 예전에 비해 몸매에 자신감을 갖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몸매를 드러내려는 욕구 또한 강해졌다. 또 노출도 자기 표현의 한 방법이라는 젊은 세대들의 달라진 인식도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애완 동물도 초미니가 인기
휴대성이 강조되는 노트북 시장에서 지난해 주목 받은 아이템 중 하나가 초소형 제품이었다. 일본의 한 전자업체가 만든 초소형 노트북의 경우 가로·세로·두께가 20.2×12.3×2.54㎝에 불과해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데스크 탑도 초미니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초미니 데스크 탑은 무거운 본체를 초경량 사이즈로 줄인 것이 특징. 크기가 기존 본체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DVD 케이스 만하다. 작다고 성능까지 작아진 것은 아니다. HD급 동영상을 지원할 뿐 아니라 최신 게임까지 소화할 수 있다. 초미니 데스크 탑은 휴대가 용이해 들고다니며 대형 모니터, TV 등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초미니 데스크 탑의 출현으로 노트북은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것이고 데스크 탑은 집이나 사무실에 놓고 사용하는 컴퓨터라는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다. 또 사무실 전경도 바뀌고 있다. 책상 옆에 놓여 있는 큼지막한 본체가 사라지면서 공간 활용도가 한층 높아졌다. 삼보컴퓨터 대구 수성점 관계자는 "작은 공간에 성능을 집약하는 컴퓨터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데스크 탑에도 초미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존 데스크 탑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제품이 출시되면서 사무실 등에서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귀에 꽂아 사용하는 초미니 MP3도 나와 있다. 이어폰과 MP3 플레이어가 결합된 형태로 USB 메모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스포츠를 즐기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애완동물로는 포메라이안이 인기다. 티컵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 일명 '티컵 강아지'로 불린다. 인터넷에는 포메라이안을 판매하거나 분양하는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포메라이안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티컵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인기를 끌자 이를 악용한 사기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 인터넷에는 "돈을 보냈지만 강아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연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으며 잡종견을 포메라이안으로 속여 판 사람이 경찰에 검거되는 일도 발생했다. 또 다람쥐와 비슷하지만 몸이 작은 희귀동물 슈가글라이더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초소형 주택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경기도와 강원도 지역에 전용면적 20~50㎡ 정도의 초소형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리도 편해 주말용 주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밖에 간편하게 접어서 들고 다니거나 보관할 수 있는 초미니 접이식 자전거, 크기는 3~4㎝에 불과하지만 사진 수십여장을 담을 수 있는 초미니 사진첩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초미니 제품들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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