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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일감 몰아주기는 근절돼야

대기업이 자녀 명의로 비상장회사를 세운 뒤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행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이전가격 세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전가격 세제란 모회사와 계열회사 등 특수관계 기업 간의 거래 가격이 제3자 간 거래(정상 가격)보다 현저히 높거나 낮을 경우 그 가격 차이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들고나온 근거는 일감 몰아주기가 전형적인 비정상 가격 거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자녀 소유 회사에 높은 가격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비싸게 사오는 수법으로 제3자와의 가격 차가 분명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일감 몰아주기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는 편법 상속 증여만이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는 회사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덩치를 불려갈 수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래서 구태여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우리 기업의 전반적 체질 약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현대캐피탈 금융 정보 유출 사건이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무분별한 일감 몰아주기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지적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이런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이전가격 세제가 어느 정도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공정 거래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으로는 가격이 아닌, 물량 몰아주기를 잡아내 과징금을 물리거나 제재를 가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 거래 기준도 속히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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