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나누고 있는 3개의 수직선은, 그날 골고다 언덕에 서 있던 세 개의 십자가일까? 중앙에는 못 박힌 예수님의 발이 보이고, 수직선 하나는 중간에서 끊겨 어둠 속 깊이 추락하고 있다. 그것은 수난의 그날에도 주님을 따라 낙원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던 강도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앞쪽으로 천진난만한 3명의 아이가 재미난 쿵푸 포즈를 취하며 악과 내전의 공포로 가득한 배경을 이끌며 달려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화가는, 화면 속에서 음표처럼 명랑하게 튕겨오르는 피아노 건반을 희망처럼, 사랑처럼 그려놓았다.
이 그림은 화가 강성원이 고(故) 이태석 신부님께서 직접 찍은 수단 어린이 사진을 참고하여 캔버스에 그려낸 200호의 대형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 '메시지&이미지'는 첫 기획 단계부터 화가의 작품제작 과정까지 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화가가 보여준 몰입의 강도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것(두 달 만에 1000호의 작품을 완결)도 한 이유일 것이다.
이태석 신부님은 그의 글을 통해서, 톤즈에서 어려운 순간마다 도움을 구했던 성모님이 자신의 가장 편안한 친구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친구가 되어 줄 것을 겸손하게 요청하시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전시회를 준비하다가 이태석 신부님의 절친이 되어 새 영성을 느낀다는 화가가 그림으로 우리 관람자에게 다시 말하고 있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백미혜(대구가톨릭대 CU갤러리 관장)
▶~23일까지 CU갤러리. 053)852-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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