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른농촌 희망찾기] 지역 청년이 희망이다

최근 지역 대학에 특강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의 얼굴이 전반적으로 무표정하고, 패기나 자신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지역대학생 동아리 모임에 신입생을 뽑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아들딸 시집장가 보내기 어려워 서울로 가겠다"는 친지의 푸념도 젊은이의 표정과 겹쳐진다. 취업, 결혼, 건강,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국가가 청년의 앞날에 희망을 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무겁다. 인적자원과 물적재원, 행정권한의 중앙집중화가 지역경제를 침체시키고 지역 청년의 표정도 어둡게 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모 신문사 조사결과에 의하면, 현재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응답자의 71%가 경기침체와 실업이라고 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수년째 전국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점이 잘 나타내준다.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지역민 불만은 신공항 유치 불발로 증폭되어 지역 정치권에 대한 비난과 정부 비판으로 이어진다. '수도권 중심주의', '서울공화국', '서울TK'라는 신조어가 나와서 지역민의 아픔을 가중시킨다.

지역 경제침체를 감정적으로 접근하거나 국책사업 중심의 대책강구는 중앙과 지방의 대립 구도를 확대시키거나 지역갈등을 증폭시켜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신바람 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청년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어야 한다. 자주성과 지방분권에 바탕을 둔 지역정서를 확립하고 그 중심에 지역 청년이 서야한다. 자주성 확보, 교육개선, 취업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여 지역 청년의 사기를 앙양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지역의 주인은 지역민이다. 지역 청년에게 지역 정신과 자주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은 국가가 어려울 때 몸을 던져 나라를 살린 수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살던 지역이다. 애국심과 정의감, 자존심이 지역정서로 다져진 곳이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조선시대의 임진왜란, 일제강점, 6'25전쟁 등 수많은 국란에도 견뎌낸 소중한 역사가 있다.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로 포상한 전국 1만2천 명 중에서 대구경북 출신이 2천 명으로 가장 많다. 국가발전의 기초가 된 산업이나 운동도 모두 이 지역에서 출발하였다. 새마을운동, 포항제철, 구미산업단지 등을 통해 숙명적 가난과 패배주의를 극복하여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구축하였다. 지역 청년들에게 자랑스러운 지역의식을 고취시키고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립심을 심어주자.

둘째, 지역 특색을 살리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서울 따라잡기'가 아닌 '지방 살아남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농업, 지역생태, 지역환경, 재래시장, 지역문화, 지역전통, 지역역사 등 지역이 가진 특색을 살리고 차별화하자. 대구경북지역에는 전통음식, 전통문화, 낙동강, 팔공산 등 수많은 자원이 있다. 지난해 1만여 명의 귀농귀촌 인력 중 경북이 2천500명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한다. 조만간 마무리되는 낙동강 개발사업은 새로운 '낙동강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거대한 국책사업에 매달리지만 말고 지역 부존자원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도 필요하다. 집값이 싼 것이 단점이 아닌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장점으로 발전시키도록 발상을 전환하자. 미래학자들도 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향후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가 합쳐진 세방화(glocalization) 시대가 온다고 한다. 지역은 과거와 같이 생산자 역할만 하는 곳도 아니고 소비자 역할만 하는 곳이 아니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강조한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생산적 소비자) 역할을 하는 미래변화의 핵심이다.

셋째, 지역인력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 지역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이 앞장서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대학과 학생, 지역업체가 머리를 맞대어 우수한 지역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지역청소년재단, 지역 장학재단 등을 만들자. '뉴욕원쇼페스티벌' 등 세계적 광고제에서 무려 29개의 메달을 휩쓸고 '공모전 신화'를 기록한 젊은 한국인도 지역 대학출신이다. 특히, 지역 대학에서는 전공교육보다는 교양, 오락, 스포츠, 역사, 문화 등 기본 소양과 예절교육을 중점추진하자. 철저한 소양교육으로 부정적 지역정서도 바꾸자. 흔히 경상도 사람은 '무뚝뚝하다'고 하면서 이를 장점으로 이해한 적도 있으나 이제는 고쳐야 한다. 굳이 신세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도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야 한다. 크고 작은 도움을 받고도 고마움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그릇된 '경상도 정서'는 자칫하면 '전국적 왕따'를 양산시키거나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수구꼴통'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

대구경북지역이 가지는 정치적, 역사적 중요성만으로 지역위상을 찾기 어렵다. 산업도 전환시키고 사람도 변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살리고 활기찬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젊은이가 앞장서도록 지역민이 지혜를 모으자. 대구와 경북의 미래는 지역 청년들에게 달려 있다.

김재수(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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