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패 비용 강요하는 전관예우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전관예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줬다. 전직 고위 관료의 재취업을 연결점으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불법과 부패로 얽혀 있는 것이 전관예우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이로 인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이러한 비용을 그냥 두고서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그 비용은 부패와 무관한 국민 대다수가 물고 있다는 점에서 전관예우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공적(公敵)이다.

전관예우는 법조계, 재계, 금융계 등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부문에 침투해 있다. 그리고 전관예우를 없애라는 국민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음에도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9년 6월~2010년 5월 중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승인을 요청한 169명의 공직자 중 44명이 업무와 연관된 기업에 취업했다. 이는 2006년 8명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국세청이 전관예우 금지를 결정했지만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다. 국회의 직무 유기도 심각하다. 현재까지 국회에는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안이 14건이나 제출됐지만 통과된 것은 하나도 없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직 관료들은 전관예우 금지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재직 중 쌓은 전문지식을 사장시키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롭게 선택한 직업과 전문지식이라는 것이 결국은 부패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할 건가. 이제 전관예우는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말로 합리화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전관예우라는 후진적 관행을 없애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라는 우리의 꿈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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