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총선·대선 '정치적 심판' 누구에게…

신공항·과학벨트, 표심 영향…양대 선거 주요변수 가능성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대전으로 확정한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케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충청 표심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과 호남권의 반발 수위가 정부의 예상 수준을 훨씬 넘어서면서 '과학벨트 민심'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 주요 변수의 하나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북'울산'대구(GUD)의 과학벨트 유치를 지원하고 나선 시도민추진위원회는 이날 발표 직후 "신공항에 이어 과학벨트 마저 무산시킨 정부는 영남권 주민들의 의사와 미래 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정치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과학벨트 유치가 무산되자 대구경북 지역여론이 신공항 백지화 발표 때보다 덜 격앙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발표 전에 대전으로 확정됐다는 수도권 언론의 보도가 나온 터라 이번에도 '역시'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대신 '어려울 때마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힘을 보탰지만 돌아온 것은 빈 손'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곧추세우는 듯 지역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하다.

신공항 백지화가 대구지역에서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정서를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면 과학벨트 유치 무산은 경북지역에서의 반 한나라당 정서를 심화시키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특히나 경북이 앞장서고 대구와 울산이 힘을 합친 과학벨트 유치 전쟁의 '주력'이 포항이었다는 점에서는 '포항 출신'인 이 대통령에 대한 애증과 실망감이 두드러지고 있어 내년 총선에 까지 영향이 미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병석 의원 등 포항지역의 실세와 중진 의원들의 내년 총선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16일 과학벨트 포항권유치협의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경악과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번 결정을 사실상 이 대통령의 고향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이와 같은 지역민들의 불만이 지역출신 정치인들을 직접 겨냥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포항과 구미 등 과학벨트 유치에 나선 경북 내 다른 지역에서도 일부 과학벨트 유치 무산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어 과학벨트 문제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다 말겠지'라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막상 선거 때가 되면 '그래도 한나라당'이라며 한나라당 일변도의 투표성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에 이어 대선도 있어 지역민의 표심 이탈 현상은 걱정할 수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전망도 많다.

다른 한편으로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과학벨트 유치를 지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충청권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섭섭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 과학벨트 논란과 관련, "대통령이 약속하신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시겠다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대통령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충청권을 지지하는 듯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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