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오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를 대전 대덕으로 최종 확정한 것에 대해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반발에 그쳤다. "앞으로 더 잘해 보자"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그동안 과학벨트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지역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인기'유승민 한나라당 경북도당'대구시당 위원장 등 대구경북 국회의원 11명은 이날 정부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정부의 선택이 부적절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결정을 내렸고 국회의원 역시 큰 틀에서 국가의 구성원인 점을 감안 원내활동을 통해 향후 지역 몫 챙기기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했다.
당초 30분 정도 진행하기로 했던 이날 대책회의는 예상시간을 1시간 이상 훌쩍 넘겼다. 정부 발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두고 참석의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생각보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의 반응이 덤덤했다"며 "반발한들 결과를 되돌릴 만한 뾰족한 수가 없고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발언들이 오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긴급대책회의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결정은 전면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입지선정과정 전반의 정보가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지역분열을 조장한 정부당국자의 처벌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을 뒤집기 위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이번 입지결정과정에서 추가로 확보된 1조5천억원의 예산 가운데 보다 많은 예산이 대구경북으로 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고작이었다. 정부의 연이은 국책사업 입지선정 결과를 지켜보며 펄펄 끓는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지역민심과는 한참 동떨어진 행보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 직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비공개 일문일답 과정에서 '정부결정을 수용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는 없지만 향후 입법과정에서 지역 몫을 보다 많이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중언부언을 이어갔다.
정가에선 대구경북 정치인들이 과학벨트 유치 주장을 접는 대신 새롭게 배정된 예산 1조5천억원 가운데 지역 몫을 더욱 확보하는 수순으로 과학벨트 정국을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인기 한나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정부가 1조5천억원을 대전 외 지역에 배정하기로 한 것은 영호남 지역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며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유치노력으로 마련된 추가재원을 지역 과학발전을 위해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국회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과학벨트 유치 실패에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 간의 팀워크 부재도 한몫을 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대구 국회의원들은 지난 동남권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경북 국회의원들이 한발 물러서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과학벨트 유치과정에선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구지역 국회의원 12명 가운데 2명만 참석했다. 심지어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대전 대덕지역 외 1조5천억원의 예산을 추가배정 한 배경에는 본인의 노력이 주효했다는 주장을 펴다 경상북도와 동료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